[이산가족 상봉 D-6]北에서 오는 유명인사

  • 입력 2000년 8월 8일 23시 20분


북한이 8·15이산가족 상봉자로 선정해 통보해온 이산가족 100명 가운데에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인사.

▽학계〓경남 산청군 출신인 유열씨는 83년 북한 국어학계의 기념비라고 일컬어지는 ‘세 나라 시기 이두(吏讀)에 관한 연구’를 집필한 독보적인 국어학자. 일제 때 중학교만 졸업한 이후 독학으로 공부해 고려대 강사로 근무하다 6·25 때 의용군에 입대해 북한으로 갔다.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

조주경씨는 김일성종합대 교수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북한 수학계의 거두. 경북 영양군 출신으로 6·25 당시 홀로 월북했다.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하고 23세때부터 교단에 섰다. 그는 40여년간 8명의 박사, 33명의 학사(석사), 12명의 후보학사 등 수많은 학자들을 양성했다. 또 ‘확률 적분방정식’ ‘해석 수학’ ‘통보론’ 등 50여권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했다.

▽예술계〓오영재씨(64)는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시분과위원회 시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대동강’ ‘영원히 당과 함께’ 등의 시집과 ‘인민은 우리 당에 영광드리네’와 ‘흰눈 덮인 고향집’ 등의 노랫말을 남겼다. 그는 북한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89년 ‘김일성상’을 수상했으며 95년에는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89년 3월에는 남북작가회담 예비회담의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박섭씨(74)는 서울에서 극단 ‘신향’의 배우로 활약하다 월북한 북한 최고의 영화 더빙전문 성우이자 인민배우. 중후한 목소리로 인해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직접 번역영화제작소에서 근무하도록 했으며 소장직을 맡고 있다. 영화배우로 연예계에 등장했으며 우수작품으로 평가된 영화 ‘우리에게도 조국이 있다’ ‘처녀 이발사’ 등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김국방위원장이 보는 외국영화의 대부분을 직접 더빙하는 등 성우로서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기타〓주영훈씨(69)는 남한의 장관급인 건재공업부장을 지냈고 92년에는 김일성훈장을 받는 등 서울을 방문하는 이산가족 중 최고위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의 형인 영관씨(71)는 세계일보 논설고문을 지냈던 언론인이다.

조용관씨(78)는 방직부문 기술의 대가. 전북 장수군 출신인 그는 지난해 7월 평양방송을 통해 자신의 근황을 남쪽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경공업방직분원 장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교수 박사 공훈과학자 칭호를 받았으며 북한당국으로부터 과학적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북한이 ‘주체섬유’로 일컫는 ‘비날론’을 발명한 화학자 이승기박사(96년 2월 사망)의 부인인 황의분씨도 방문단에 포함됐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황씨는 올케와 조카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의 유명인사들 가운데 200명의 후보명단에는 포함됐지만 최종 100명 선발과정에서 떨어진 인물도 꽤 많다.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 어학강좌 교수인 김영황씨(69)를 비롯해 김책종합공업대 강좌장인 하재경씨(65), 북한 국립민족예술단 성악지도원이자 독창가수로 활동하는 김점순씨 등이 제외됐다.

북측의 명단을 살펴본 정부관계자는 “북측이 직계가족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문단을 구성하면서 이른바 ‘지도층 인사’를 상당히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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