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사청문회가 남긴것]공정판결 '안전판'기대

  • 입력 2000년 7월 7일 19시 03분


《국회는 7일 대법관 피지명자인 박재윤(朴在允)서울지법민사수석부장, 강신욱(姜信旭)서울고검장, 배기원(裵淇源)변호사 등 3명의 후보에 대한 검증을 마지막으로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대법관후보들이 재직시 내린 판결이나 수사내용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사법 사상 처음 실시된 국회의 대법관 후보 청문회는 검증의 실효성 논란을 떠나 법조계 전체에 이미 상당한 진도(震度)의 충격을 미치고 있다.

우선 ‘판결로만 말해 온’ 법관이 국민 앞에 직무와 사생활을 함께 평가받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법관을 꿈꾸는 법관이라면 ‘법’과 ‘양심’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해야한다는 소명 의식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다. 대법관이 되려는 검사 또한 마찬가지.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런 양상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강국(李康國)후보자의 경우 시위 전력자의 검사 임용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기각한 이유에 대해 “72년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것”이라고 답했다가 “암울한 유신시절 판결을 97년까지 답습했단 말이냐”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

또 강신욱(姜信旭)후보자는 우지(牛脂)라면 사건 수사와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처리 등을 집중 추궁 받아 곤욕을 치렀다. 검찰의 기소 내용을 두고 법원뿐만 아니라 국회의 ‘재판’까지도 이중으로 받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작년 실시된 특별검사제와 함께 인사청문회는 검사가 ‘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앞세워 양심과 증거에 반하는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안전판’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청문회는 또 법조인들이 재판 및 수사와 사법 행정 전반에 걸쳐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거듭 확인해 주었다. 의원들은 사법권 독립 문제를 포함해 법조계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법관 후보들의 소신을 집중적으로 물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청문회 속기록이 조만간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됨으로써 시민단체나 언론들이 향후 후보자들의 판결들을 이 발언과 비교해 보는 일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도 사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문회에서 참여연대의 ‘후보자 판결 자료’와 민변의 ‘질의 의견서’가 의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따라서 법조인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자료 축적 작업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고 이를 통한 간접 감시 기능도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