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야소(與大野小) 재확인〓이날 표결에는 외유중인 정몽준(鄭夢準·무소속)의원을 제외한 272명이 참여해 가(可) 139, 부(否) 130, 기권 2, 무효 1표가 나왔다. 범여권이 똘똘 뭉친 반면 한나라당측에선 기권 및 무효 1표가 나온 셈. 이는 5일 국회의장 선거 때의 ‘140 대 132 + 서영훈 1표’의 구도가 그대로 재현된 결과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이날 병원에 입원했던 김찬우(金燦于)의원과 부산에 강연 약속이 잡혀 있던 박근혜(朴槿惠)의원까지 참석, 단합을 과시했다. 또 이회창(李會昌)총재까지 직접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 좌우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전용원(田瑢源)의원 등 과거의 ‘이한동계’ 의원들도 “인간관계는 관계고, 표결은 표결이다”며 당론 수용을 공개 표명.
그러나 이날 표결 결과 나타난 기권 및 무효 3표는 한나라당 내 이한동계 의원들의 ‘고뇌’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
▽향후 여야 관계〓이같은 표결 결과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상생(相生) 정치’의 무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
다만 내달 5일부터 새로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약사법 개정 및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마찰음이 일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벌써부터 ‘추경예산 무용론’을 제기하며 철저한 심사를 벼르고 있는데다 약사법 개정도 각론에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민련이 사활을 걸고 있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문제도 범여권 연대의 순항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 자민련은 이날의 ‘철벽 공조’를 바탕으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할 작정이지만 민주당은 정국 경색을 우려, 이에 소극적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공조 관계에 금이 가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