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2차회담 의미]한반도 평화정착 출발점 될듯

  • 입력 2000년 6월 14일 18시 5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14일 단독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보인다.

13일 열렸던 1차 정상회담에 남측 일반수행원들이 모두 참석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회담에서는 최소인원만이 배석한 가운데 두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나눈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교류협력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첫날 회담에서 두 정상간에 의견이 일치한 ‘민족의 화해와 협력’은 기본적으로 양측의 신뢰구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

두 정상간의 협의내용이 전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김대통령은 평소 밝혀왔던 대북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대북정책 기조로 밝혀온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은 남북간 협력의 바탕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김대통령은 ‘베를린 선언’(3월9일)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비롯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의 확대,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남북당국간 대화를 지속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특히 당국간 상설 대화채널의 구축과 함께 김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도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국방위원장도 이같은 남측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하며 상당히 긍정적인 접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국방위원장은 13일 1차회담에서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언급했듯이 남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남북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국방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을 주도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 방송매체들이 김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민족대단결의 위대한 구성(救星)’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 등 김일성(金日成)주석의 통일열의를 부각시킨 프로그램을 잇따라 방송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회담 배석자들의 면면에서도 양측의 충분한 의견교환이 감지된다. 남측에서는 임동원(林東源)대통령특별보좌역과 청와대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이, 북측에서는 김용순(金容淳)노동당대남담당비서가 각각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기관장끼리 만났다는 점에서도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이 다뤄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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