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지는 13일 사설에서 “남북한이 이처럼 평화적인 관계로 나아간 일은 과거 어느 때도 없었다”고 평가한 뒤 “북한이 자초했던 외교적 고립상황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꾀하기 시작한 만큼 (북한이) 위험한 불량국가(rogue state)로 취급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고립은 미국의 테러국가지정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미국의 이 같은 시각 변화는 향후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별도의 기사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에 나선 이유는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계획 때문”이라며 “이런 우려는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국의 조 록하트 백악관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필립 리커 국무부대변인도 “이번의 역사적 만남이 (앞으로 지속될) 많은 만남의 첫 번째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대체로 한국과 북한의 접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도 회담이 북한측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를 긴장에서 공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했으나 산케이 등 일부 언론은 “(13일의 1차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논의되지 못했으며 농담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잡담류’의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BBC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지는 ‘평화의 첫발인가’ ‘냉전 최후의 전선을 해빙시킬 듯’이라는 제목을 달아 낙관적으로 보도한 반면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냉엄한 현실 앞에 무력한 꿈’이라는 제목으로 회담결과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워싱턴·도쿄·파리〓한기흥·심규선·김세원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