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후유증' 시민단체 몸살

  • 입력 2000년 5월 29일 21시 22분


'장원사건'과 관련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고 소수이긴 하지만 '탈퇴'를 선언한 회원들도 있다. 그야말로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셈. '시민의 재산이자 시민이 재산'인 시민단체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장원씨가 몸담고 있었던 단체인 녹색연합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분위기. 29일 찾아간 녹색연합 사무실의 김타균 정책팀장은 "하루가 엄청 기네요. 주말도 무지 길었죠"라며 첫인사를 건넨다.

"그래도 지금은 6:4에요." 다름 아닌 '걱정과 격려성 전화'가 열 중 여섯이라는 것. 김팀장은 "다시 힘을 얻는 것도 시민들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27일 장원씨 사건이 터진 이후, 녹색연합에는 수백통의 항의전화가 걸려 왔고 녹색연합 인터넷 홈페이지(www.greenkorea.org)의 게시판에는 수백건의 게시물이 등록됐다. 그 중에는 '탈퇴'를 선언한 회원도 3명이 포함돼 있다.

서재철 팀장(생태팀)은 "당장 눈에 띄는 탈퇴현상은 없지만 1~2주가 지나면 회원 감소나 회비 격감 등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열심히 참여해 온 3~4천명의 회원들 사이에는 별 동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기이한(?) 현상도 있다. 29일 하루 동안 신규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무려 13명에 이른 것. 평균 수치인 5~6명의 두 배가 넘는다.

김팀장은 "시민운동가 한 사람의 도덕성으로 인해 시민운동 및 환경운동 전체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격려"로 해석했다.

녹색연합은 당분간 연대활동을 제외한 대외활동을 자제할 방침이다. 홍욱표 간사(정책부)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환경의제가 논의되도록 건의하는 일과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의식 조사, 그리고 기업대상 환경성 평가 등 녹색연합에서 추진중이던 모든 활동들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팀장은 "이번 기회에 녹색연합 식구들 모두가 자성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특히나 총선시민연대를 참여연대와 동일시하여 항의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참여연대 안내 데스크에서 대표전화를 받고 있는 자원봉사자 한지양(주부)씨는 29일 하루 동안에만 수십통의 항의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나마 주말에 안 나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그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일로 느끼는 허무감이 크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인 27일 하루종일 사무실을 지켰다는 김형완 협동사무처장은 "항의전화로 업무가 완전히 마비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일로 참여연대에서도 2명의 회원이 탈퇴했다.

○…반면 녹색연합과 함께 환경운동을 펼쳐 온 대표적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 양장일국장(환경조사국)은 "항의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의 항의게시물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일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그저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7일 장원씨 사건과 관련, "환경운동가로서의 기초적 도덕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시민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자기반성과 성찰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었다.

김경희/동아닷컴기자 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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