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전례없는 의전-경호 준비팀 '뜬눈'

  • 입력 2000년 5월 15일 20시 52분


<<정부는 16일 판문점에서 있을 남북 간 의전 경호 관계자 실무접촉을 앞두고 내심 긴장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외국도 내국도 아닌 특수지(북한)에서 열리기 때문에 과거보다 몇 배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의 근거가 될 관례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실무부처인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요즘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의전분야/역사적 첫 만남 걸음數도 체크▼

우선 16일 실무자 접촉에서는 북측으로부터 정상회담 기간 중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일정을 받아야 한다.

회담은 몇 차례를 하고 숙소는 어디며 환영행사는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확정된 일정을 받아야만 의전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평양을 방문할 선발대는 김대통령의 '동선(動線)'을 분(分)단위까지 쪼개 세부 일정을 잡아야 한다. 김대통령의 보속(步速)까지 염두에 넣고, 행사장까지 이르는 계단 수와 계단의 높이까지 재야 한다.

북측이 제시한 일정에 김일성(金日成)주석의 만경대 생가, 또는 김일성 동상이나 주체탑 헌화가 포함된다면 이를 어떻게 외교적으로 거절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회담장 내부도 꼼꼼히 신경써야 한다. 북한 지도자의 초상화가 걸린다든지, 회담 테이블에 북한 국기만 놓인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 때문에 94년 정상회담 실무접촉 합의사항에는 '회담장과 행사장(숙소 포함)에는 어떠한 표지도 하지 않는다'(9조)는 조항이 삽입됐다.

김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첫 만남 장면은 의전팀이 가장 신경쓰는 대목. 김대통령의 차량 정차지점에서부터 누가 나와 영접할 것인지, 김국방위원장과 만나는데는 몇 걸음을 걸어야 하는지가 모두 체크 포인트다.

하지만 정작 의전팀이 걱정하는 것은 자로 잰 듯이 정확히 짜여진 일정이 '돌출 상황'에 의해 흐트러질 경우다. 이때는 임기응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경호분야/'돌발상황' 대응책 마련 고심▼

회담을 앞두고 가장 어려움을 겪는 또 하나의 분야가 대통령 경호문제다. 평소 경호활동에서 최대의 '위해요소'로 여겨왔던 북한과 합동경호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북한측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동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호 실무자 접촉에서 남측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합동경호의 원칙과 범위를 정하는 일.

기본적으로 남북 정상이 함께 자리를 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94년의 경우 북한측은 대통령 근접경호 이외에도 숙소 및 만찬장 등 행사장 주변의 외곽경호와 이동 때 외곽경호를 책임지기로 합의했었다.

경호실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일정에 없는 '돌발적인 상황'을 북측이 요구할 경우. 일정에 따른 행사장 방문 직전에 북측이 정전 또는 수리 중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장소변경을 요청할 경우 신속히 안전대책을 바꿔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북측의 지시와 요구를 안 따를 수 없기 때문에 남한측은 북측에 "사소한 일정변경이라도 반드시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

회담 관계자는 "기존의 경호개념으로는 대통령 보호가 어려운 '특수상황'이기 때문에 경호의 개념을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시 의전·경호 합의내용▼

[94년]

정상회담 일자: 7월25~27일 실무자접촉 개최일자: 7월8 사전선발대 인원: 25명(방문3일전 파견) 경호요원: 50명 경호원칙: 합동경호 관련장비: 국제관례대로 허용

[2000년]

정상회담 일자: 6월12~14일 실무자접촉 개최일자: 5월16 사전선발대 인원: 30명(날짜 미합의) 경호요원/경호원칙/관련장비: 협의중

<윤영찬·김영식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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