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이후 여야 표정]"대화 환영" "조심해야"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민주당▼

민주당은 24일의 여야 영수회담이 원만히 마무리되자 대체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대사를 앞두고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직자들도 영수회담 이후 사석에서조차 야당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모처럼 조성된 여야 화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25일 “야당이 합의내용만 지켜준다면 우리도 성실하게 합의사항을 지킬 것”이라며 “실무접촉에서 오간 내용도 신뢰 차원에서 절대 공개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의석의 열세 때문에 어쩔 수는 없지만 야당에 너무 밀리는 것 아니냐. 앞으로 국정운영이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대통령선거라는 변수 때문에 여야 협력관계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는 당직자도 있다.

이 당직자는 “한나라당은 영수회담에서 국정협조를 약속했지만 대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야당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국정협력보다는 야당으로서의 선명성 과시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당 관계자들은 또 영수회담에서 조성된 여야 협력 분위기가 국회 개원과정에서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를 놓고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와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과 제1당에서 나와야 한다는 한나라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양당관계는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한나라당▼

24일 여야 영수회담 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당 고위관계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태도에 상당히 흡족해 하는 분위기다. “DJ가 정말 달라졌나”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회담 진행부터 이총재가 주로 얘기하고 김대통령이 경청했다는 점, 이총재가 공동발표문안 중 ‘법률에 의해’라는 대목의 삭제를 요구하자 김대통령이 흔쾌히 들어준 것 등이 변화의 징표로 지목된다.

DJ 집권 이후 여야관계가 꼬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의 상호 불신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위기는 관심을 끌 만하다. 하지만 98년 11월 첫 영수회담 직후 ‘이회성(李會晟·이총재 동생) 구명 부탁설’, 99년 3월 회담 직후 ‘김윤환(金潤煥)의원 선처 부탁설’로 뒤통수를 맞은 기억이 있는 이총재측은 아직도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자민련과의 공조복원 기대도 한나라당의 신경을 건드리는 대목.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25일 “여권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자연적인 정계개편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는 이상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회담의 성과를 변질시키려는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

그렇다고 해도 영수회담에서의 DJ의 ‘태도변화’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만큼 적어도 6월 평양 정상회담 때까지는 여야관계가 순항하리라는 것이 당내의 지배적 관측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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