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수교회담 재개]日 쌀지원으로 北과 대화창구 열렸다

  • 입력 2000년 3월 7일 23시 47분


일본과 북한이 4월 평양에서 국교수립을 위한 대사급 본회담을 갖기로 7일 합의함으로써 7년반 만에 양국간 대화 창구가 다시 열렸다.

당초 2차 예비회담을 거쳐 본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에 비하면 발빠른 진전이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의 말대로 “비공식 협의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보인다.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낸 것은 무엇보다 쌀이었다. 북한은 지난 해 12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전총리가 이끄는 초당파 의원단이 찾아갔을 때부터 식량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인납치문제, 대포동 미사일 발사, 괴선박 영해침범 등으로 북한에 대한 일본 국민의 감정이 나빠진 시점에서 일본정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결국 예비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일본정부는 마침내 쌀을 건네주고 협상의 끈을 이어가면서 최대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를 풀어가기로 전환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로서는 마치 도박을 하는 셈이다.

일본은 1995년 쌀 50만t, 1996년 600만달러어치(약66억6000만원)의 쌀과 의약품, 1997년 쌀 6만7000t을 북한에 지원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는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자민당과 자유당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쌀 지원에 반대도 적지 않다. 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 등은 “일본정부가 김정일테러정권에 굴복했다”며 외무성 앞에서 농성을 할 정도.

일본 정부는 이를 의식했는지 7일 관방장관 발표문을 통해 “일본이 성의를 보인 만큼 북한이 성의를 갖고 대응할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회담이 결렬될 것에 대비해 ‘쌀 지원은 어디까지나 인도적 차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북-일교섭이 진전될지는 1992년 11월 협상이 깨지기 전처럼 일본이 얼마나 잘 참느냐에 달려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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