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청와대 회동]合黨논의 당분간 수면 아래로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8시 3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22일 청와대 회동은 김총리의 남미순방 귀국보고 자리였으나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다는 후문이다. 김총리가 귀국하면서 2여(與) 합당 불가방침을 밝힌 터라 두 사람간의 논의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

양측은 이날 회동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만남은 김총리의 남미순방 귀국보고를 위한 자리였다”며 ‘2여 공조강화’라는 원론적인 수준 이외에 별다른 논의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합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진지한 검토를 요청했고 김총리는 자민련 내부반발 등을 들어 합당불가 입장을 설명했으리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김총리는 회동에 앞서 “(대통령이 간곡히 요청해도) 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따라서 이날 DJP회동으로 2여 합당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게 여권 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합당의 열쇠를 쥔 김총리가 합당불가를 단호하게 천명한 마당에 김대통령이 이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적극적인 합당론자였던 김총리의 한 측근도 “김총리가 평소 스타일과 달리 매우 분명한 어조로 합당반대를 천명한 걸로 봐서 번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제 남은 문제는 연합공천 등 총선 공조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합당론의 불씨만은 계속 살려두자는 자세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합당문제가 하루에 결론날 일이 아니지 않으냐. 그동안 무슨 스케줄을 잡고 얘기해온 것 아니다. 시간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합당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깊숙이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합당론이 다시 살아난다해도 충분한 물밑조율을 거친 뒤 전격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후임총리와 선거구제 협상 등 공조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대통령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23일 주례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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