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불문선언 의미]여권 정국운영 총선대비 체제로

  • 입력 1999년 10월 22일 00시 09분


여권의 향후 정국운영 구상이 점차 내년 16대 총선에 대비한 전략적 성격을 강하게 띠어가는 분위기다.여권핵심부가 연말까지 재벌개혁을 일단 마무리짓고 ‘과거 불문(不問)선언’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도 여권이 ‘안정지향’을 총선전략의 기축(基軸)으로 잡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그동안 개혁작업의 과정에서 파헤쳐졌던 부분들을 매듭짓고 다독거려 국민심리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국구상의 ‘전제조건’인 정치개혁협상이 야당의 ‘소선거구제 고수’ 방침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타결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자민련의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중선거구제 추진론자들로부터 ‘심리적 압박’까지 받고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선거법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일괄타결 방식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중선거구제 추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온 만큼 ‘체면’ 때문에도 크로스 보팅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정치개혁법을 강행처리하는 강수(强手)를 동원할 경우 야당측의 사활을 건 저항 등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같은 타협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다만 여권이 꺼내든 카드가 다목적이란 점은 유의할 만한 대목이다. ‘야당 흔들기’를 겨냥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이 핵심관계자들을 동원해 중선거구제를 내심 선호하고 있는 야당중진의원들에 대한 ‘각개격파식 설득’을 병행키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협상결렬 이후 강행처리를 하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튼 도청 감청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감정적 대치가 점점 가파르게 치닫고 있는 가운데서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일면협상 일면대치’의 필요성을 갈수록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타협의 실마리가 어떻게 풀릴지 주목된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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