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언급 의미]“남북대화 필요성 인식했나”

  • 입력 1999년 9월 28일 19시 40분


백남순(白南淳)북한외무상의 27일 남북정상회담 언급은 실제 이행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기보다는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의 원론적인 입장 재천명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우선 그가 주도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꺼낸 게 아니라 ‘미국의 소리(VOA)’방송 기자의 질문에 답변 형식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정상회담의 실행의지가 있다면 직접적인 대남제의 등을 통해 의사를 밝혔으리라는 게 정부측 시각이다.

▼기존입장과 차이없어▼

특히 백외무상이 “‘7·4공동성명’에 천명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 3대원칙을 존중하고 우리의 협상제의를 받아들인다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기존입장 그대로다.

북한은 2월 올 하반기 중 고위급 정치회담을 열 것을 제의할 때 △국가보안법 철폐 △외세와의 공조 파기 △통일 인사 단체의 활동보장 등을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선행실천사항으로 내세웠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그 전에 당국 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등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돼야 한다는 점도 당장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단시일내 성사는 어려워▼

그러나 백외무상의 발언이 정상회담은 아니더라도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남북한은 94년 7월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김일성(金日成)이 그해 7월8일 사망하는 바람에 회담이 무산됐었다. 북한은 당시 “우리측 유고로 예정된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음을 통지한다”고 한국 정부에 알린 이후 지금까지 정상회담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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