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재보선]투표율 저조…지역주민 대표성 있나?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31분


『재 보궐선거, 이대로는 안된다.』

30일 수도권 3개 지역 재 보선을 마감하며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이구동성으로 “과열 혼탁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현재의 재 보선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선거 당사자들이 ‘자성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최근의 재 보선은 문제점 투성이였으며 이번 선거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야 정당지도부, 특히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당간부회의를 선거 현지 사무실에서 개최하고 국회의원들을 동책으로 배치하는 등 선거 과열을 주도했다. 그 결과 이번 선거는 선관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선거법위반 사건만 29건에 이를 만큼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졌다.

정당 지도부의 과잉 개입은 선관위의 중립성 훼손 시비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의원들의 편파 선거관리 시비에 밀려 안양 동안구선관위에서는 사무국장을 선거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까지 나왔다. 또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시도한 ‘부모와 함께 투표장 가기 가정통신문’도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닥쳐 “오해가 있다면 유감”이라고 해명하는 소동을 빚었다.선관위는 이번 재 보선에서 공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 관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밀착 감시활동을 펼쳤지만 오히려 선관위의 공명성마저 손상받는 결과를 낳았다.

막판까지 계속된 부정선거 시비와 고소 고발의 뒤처리에 따른 후유증도 심각할 전망이다. 합동연설회장에서의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상대후보를 고발한 안양의 모후보는 벌써부터 선거사무실에 “상대후보는 당선돼도 5백만원 벌금형으로 당선 무효”라는 벽보를 게시해 놓는 등 선거결과에 대한 불복사태가 우려된다.

40% 초반의 투표율에 머문 지난해 ‘7·21’재 보선에 이어 이번 재 보선도 투표율이 저조해 재 보선이 과연 ‘주민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근원적인 의문도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50%는 돼야 주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할 이렇다할 현실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이번 재 보선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을 종합해 국회 정치개혁협상에서 개선책을 논의한다는데 의견 접근을 본 상태다.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가급적 재 보선 실시횟수를 줄이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법제도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정당, 특히 여당의 공명선거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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