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 후속조치]민간-젊은층 앞세워「保-革아우르기」

  • 입력 1998년 8월 16일 19시 32분


“개혁의 방향이 틀린 것도 아니고 두드러지게 잘못한 것도 없다. 그러나 생각만큼 개혁작업이 진척되지 못한 것은 사회내 소수세력의 연합인 현 정권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제2의 건국’ 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한 교수는 16일 이같이 진단한 뒤 “개혁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이를 주도할 개혁세력의 극대화, 즉 개혁의 조직화와 체계화가 현 정권과 개혁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2의 건국’ 선언의 후속조치로 사회 각 분야에 분산돼 있는 개혁세력의 결집을 위한 기구 구성을 가장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구상중인 개혁총괄기구의 모델은 통일운동과 관련한 보―혁(保―革)연합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민화협·준비위원장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부총재)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제2의 건국’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다”며 “과거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체질개선이 필요하고 또 그와 반대입장에 있던 사람들도 지나쳐서는 안되고 화합과 동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2의 건국’을 위한 국정의 총체적 개혁을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민간이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화합과 동화에는 민간주도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권은 그 중심단체로 새마을운동중앙연합회를 상정하고 있다. 강문규(姜汶奎)한국시민단체협의회공동대표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를 위한 예비작업이다. 결국 개혁의 효율적인 추진과 과거와의 연계를 위해 ‘옛 틀’을 빌려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조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그러나 여권은 개혁중심세력으로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젊은 층을 상정하고 있다. 청신한 개혁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지만 학생운동권세력을 시민운동세력으로 대거 유입, 학생운동의 질적 변화를 유도하려는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대졸자 실업 해소대책의 측면도 있다. 여권은 정당도 ‘하나의 단체’로서 이 기구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럴 경우 이 기구는 노사정위와 같은 권한과 역할이 부여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은 특히 현 정권 출범 후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분야인 정치분야 개혁도 이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민운동의 일환으로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면서 정치개혁을 추진하려는 의도다.

다만 여권은 정치개혁을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정치권 사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석이 “김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밝힌 것은 정경유착이나 관치금융이 절대 용납되지 않는 풍토 조성에 대통령이 앞장서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봐도 좋다”고 단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고위사정관계자는 “정치권 사정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와 국회 원구성 후 정치권 사정과 관련한 가시적인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권은 민간주도의 개혁에 대한 총력지원체제를 갖추기 위해 정부개혁도 서두를 방침이다.

조만간 개혁분위기를 일신하고 공직사회의 긴장감 조성을 위한 조치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격적인 개각보다는 개혁의지가 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공직자들을 그때 그때 가려내 솎아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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