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내각제발언/배경-문답]『정계개편 주도권』의지

  • 입력 1998년 6월 9일 19시 49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가 9일 취임 1백일을 맞아 그동안 흉중(胸中)에 묻어뒀던 내각제개헌문제를 꺼냈다.

김총리서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각제는 정권 출범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약속”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내각제개헌의 당위성을 시종 역설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승리 이후 그는 내각제가 금기(禁忌)라도 되는 양 극도로 언급을 자제해 왔다. 간담회에서도 그는 “솔직히 지난 석달 동안 조심조심 여기까지 왔다”고 그동안의 ‘벙어리 냉가슴’을 토로했다. 이런 그가 내각제개헌론에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

측근들은 무엇보다 내각제문제가 앞으로 전개될 정계개편 구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내각제는 정계개편이 거론될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지만 그만큼 위력있는 수단도 달리 없는 게 사실. 더욱이 내각제는 김총리서리와 자민련이 선점하고 있는 ‘독점상품’이다.

따라서 김총리서리의 이날 발언에는 정계개편을 앞두고 내각제개헌 논의의 시동을 걸어 향후 자민련의 정계개편 주도권 상실을 막아보자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6·4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의 부진이 김총리서리의 ‘내각제 시동걸기’를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김총리서리는 1단계 원내과반수 확보를 넘어선 2단계 정계개편,즉 ‘지역연합’은 궁극적으로 내각제를 통해 엮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완충역할을 할 정당이 한 두개 더 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지역연합과 내각제가 결합해 이뤄질 정계개편의 ‘큰 그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김총리서리와의 일문일답 요지.

―앞으로의 내각제추진 일정은….

“짧게는 석달,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 국민회의와의 합의는 내년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당에서 나름의 프로그램도 마련해 놨지만 상대가 있기 때문에 크게 의미는 없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내각제를 검토하고 있다는데….

“아직 잘 모르지만 그런 논의가 시작돼 내각제전망 등을 얘기하는 단계에 왔다면 환영한다.”

―공동정부운영협의회는 언제쯤 가동되는가.

“그동안 대통령이 소신있게 일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보한 것이다. 그런 약속이행이 필요하다면 조금 사태진전을 봐가면서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각제가 되면 초대총리를 맡게 되는가.

“내각제가 되면 내가 물러나도 좋다. 내각제를 완수하는데 나의 정치인생을 바치겠다는 것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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