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신-구세력 세력다툼…金대통령『의리보다 능력』

  • 입력 1998년 5월 4일 19시 53분


국민회의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핵심부에 분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집권 후 나타나는 신구세력사이의 변화와 갈등이다.

서울시장 후보 교체나 청와대 비서실 내부갈등설 등을 이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김대통령 집권으로 형성된 여권 핵심들간에 파워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권력의 당연한 생리이기도 하지만 정치환경의 변화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현상인 측면도 있다. 정권교체가 지상명제였던 야당시절과 달리 국정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이 된 지금은 집권 중추세력에 복합적인 기능과 역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통령의 용인술과도 관계가 있다. ‘정치공작’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김대통령은 ‘대리인’을 내세운 적은 있어도 ‘2인자’나 중간보스를 용납한 적은 없다. 또 과거정권에 뼈저린 실패를 안겨준 가신정치 측근정치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권 핵심부의 역학관계는 ‘동교동계의 맏형’으로 불려온 권노갑(權魯甲)전의원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주거제한을 받고 있는 등 한보사건으로 발이 묶여있지만 ‘막후 영향력’을 부인하는 인사는 없다.

그러나 그의 정치공백기와 대선 및 정권교체 과정에서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한광옥(韓光玉)부총재 이종찬 안기부장 등이 당내에 상당한 기반을 구축하면서 역학관계가 복잡해졌다.

이와 관련, 동교동계 내부의 미묘한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이 이제는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그 한 예다.

여권 핵심부의 기류와 관련해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힘을 실어주는 것을 경계하는 김대통령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다. 김대통령은 충성심과 의리보다는 실무능력과 정치적 상징성을 중시하고 있어 동교동계 일각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천하를 얻을 때와 다스릴 때’의 인재활용은 달라야 한다는 게 김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이같은 권력의 분화 및 다기화는 긍정 부정의 양 측면이 있다. 역할과 권한의 분담과 조율이 적정하게 이뤄진다면 다양성 속에 역동적인 조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파워게임 양상으로 변질될 경우에는 권력 내부의 갈등과 반목만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일단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이 노출됐다는 게 중평. 청와대비서실의 갈등설과 서울시장후보내정자 교체 외에도 안기부장과 청와대정무수석 인선을 둘러싼 진통, 한총무대행의 전남지사 출마포기 등이 여권 핵심부 신구세력간 힘겨루기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많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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