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8돌 특집/金대통령 인터뷰]향후정국 구상 고심

  • 입력 1998년 3월 31일 20시 2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 소여(小與)의 한계를 절감하고 정계개편을 심각히 고려하는 듯하다. 최소한 국난을 극복할 때까지는 정치를 접어두고 경제에만 몰두하려 했던 김대통령이 부득이 정치에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같다.

김대통령이 동아일보 창간 78주년 기념인터뷰에서 정계개편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은 이전의 발언들과는 어감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 ‘여야관계의 근본적 재정립’이라는 함축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것의 궁극적인 귀착점은 결국 정계개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이상 국민에게 정치 때문에 걱정을 끼쳐서는 안된다” 또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가 ‘굳이’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도 야당의 협조를 얻는 것”이라는 언급에서도 김대통령의 내밀한 심경 변화가 감지된다.

올들어 정계개편과 관련한 김대통령의 발언을 되돌아보면 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김대통령은 3월초까지만 해도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그럴 계제가 아니다”며 명료하게 부정했었다. 그러나 3월24일 청와대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전후해서부터 ‘현재’라는 단서를 달았다. 비슷한 시기에 여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계개편론이 불거진 것도 여권 내부의 사전교감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대통령은 당초 무리하게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야당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는 쪽을 선호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조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한나라당의 4·10 전당대회 후 ‘무릎을 맞댄 허심탄회한’ 여야영수회담을 희망한 것에는 일단 진심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야당의 협조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같다. 경제난 극복이 시급한데 정치에 계속 발목이 잡혀 있어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을 할 생각이 있더라도 서두르지는 않을 것같다.

김대통령은 충분한 명분이 축적되고 여론이 형성될 때까지는 끊임없이 대화와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야권 사람들을 하나 둘 이해(利害)로 유도하는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사회분위기를 조성,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구도변화를 꾀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참고 기다리더라도 어차피 6월 지방선거를 고비로 정치권의 유동성이 극대화, 정계개편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을 수 있다. 김대통령이 은행개혁 등 각종 개혁작업의 본격 착수시기를 6월 이후로 잡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김대통령의 기본적인 관심사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는 점에서 김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정치에서 시선을 떼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이미 정치권의 변화를 위한 나름대로의 정국구상을 마무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의 정국상황이 김대통령 정치행보의 보폭과 속도를 좌우할 것만은 틀림없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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