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변론 이후/與野 입장]서로『우리가 유리』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26일 헌법재판소에서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서리 임명의 위헌여부를 판정할 권한쟁의심판 청구사건 첫 공개변론이 열린 것을 계기로 여야는 정치적 해결의 실마리를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야의 전망은 전혀 딴판이다. 여권은 헌재에서 최소한 ‘한정합헌’ 결정을 받아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면서 법적 논쟁을 거듭할수록 한나라당이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헌재내의 분위기가 합헌쪽으로 기울어가면 결국 한나라당이 심판청구를 취소하고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나서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다.

여권은 헌재에서 법적논쟁을 벌이는 것이 국회에서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는 낫지 않으냐는 태도다. 아무리 빨라도 헌재결정이 나자면 2,3개월은 걸리는 만큼 일단 부담스러운 정치공방에서 벗어나 냉각기를 갖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헌재의 공개변론에서 합헌주장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과의 막후협상 등을 통해 조기에 타결짓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여권의 내부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헌재에서 ‘위헌’이라는 완승을 거둘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경우 DJP공조체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전망이 보다 뚜렷해질 경우 여권은 JP를 일선에서 후퇴시키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기조 위에서 “우리가 헌재에 제소한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과거 정치권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건이 법정으로 비화했다 결국 어물쩍 넘어갔던 사례들과 이번 헌재 제소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공개변론을 계기로 여야는 일정기간 법적 논쟁에 몰두하는 한편 헌재 심리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든 그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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