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지방선거 후보 공직사퇴시한 「신경전」

  • 입력 1998년 3월 16일 19시 38분


여권이 지방자치선거 출마자의 공직사퇴 시한과 관련, 6월4일 지방선거에서는 현행 통합선거법의 ‘90일전 사퇴’규정을 고수키로 결정, 관심을 끌고 있다.

자민련은 16일 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60일전 사퇴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그 규정은 이번 6·4지방선거에 소급적용하지 말고 그 이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부칙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회의도 즉각 자민련의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60일전’으로 조정하려 했으나 자민련이 현행대로 90일로 하기로 당론을 정했기 때문에 자민련과의 협의를 통해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퇴시한 단축문제는 그동안 여야 모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대체로 ‘60일전 사퇴안’이 공감을 얻어왔다. 그러나 법개정이 늦어지면서 현행 통합선거법의 ‘90일전 사퇴규정’에 따라 자치단체장선거에 입후보할 일부 의원들은 이미 사퇴시한인 지난 6일 의원직을 내놓았다. 따라서 개정선거법이 통과되기를 기다렸다가 의원직을 내놓을 예비후보들과 형평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은 자신들의 입장변화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소급적용에 따른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즉 “우리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자민련은 이미 당내 지방선거후보 ‘교통정리’를 끝내고 지역구 현역의원의 불출마 원칙까지 정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여권이 ‘90일전 사퇴’를 고수키로 한 것은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 문제를 대야(對野)협상의 ‘카드’로 쓰겠다는 속셈도 들어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부산시장에 출마할 김기재(金杞載)의원과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손학규(孫鶴圭)의원만이 의원직을 사퇴했을 뿐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최병렬(崔秉烈)의원은 아직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 부산의 이상희(李祥羲), 대구의 이해봉(李海鳳) 이의익(李義翊), 경기의 이해구(李海龜), 강원의 유종수(柳鍾洙)의원도 잠재적 후보군이지만 역시 사퇴서를 내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통합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개정이 되더라도 6·4 지방선거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 최의원 등의 출마는 법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여권은 ‘현행법 존중’이라는 명분도 살리면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측은 “여권이 사실상 합의해 놓은 사항을 번복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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