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100일]외환상황 삐끗하면 수렁으로…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지난해 12월3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위한 각서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IMF 관리체제가 12일로 1백일을 맞는다.

외환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진정되는 양상이다. 가용 외환보유고는 10일 현재 1백99억달러로 IMF와 합의한 이달말 목표치에 근접했다. 1천7백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도 다소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계는 아직 고삐를 늦출 때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대외신인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신규 외화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이와 연계된 선진 13개국의 80억달러 지원도 공수표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하면 외환태풍이 또 한 차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덮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불안 요인.

재정경제부 관리들은 지금의 상황을 ‘작두날 위의 균형’이라고 표현한다. 정치 기업 금융 등 어느 한 부분이라도 삐끗하면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다.

가용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11월말 72억6천만달러에서 10일 1백99억달러로 불어났다. 세계은행(IBRD)의 2차 구조조정차관 20억달러와 선진 13개국의 80억달러가 유입되지 않더라도 IMF와 합의한 3월말 외환보유고 목표치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말 이후 국내에 제공된 차관이 모두 2백1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가용 외환보유고는 오히려 10여억달러가 줄었다. 손에 쥐고 있던 80여억달러가 모두 외채 상환에 소진됐으며 현재 외환보유고는 전부 구제금융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1월말 현재 1천5백여억달러인 외채를 줄이지 못하는 한 외환위기의 압박에서 해방될 수가 없다. 정부가 추진중인 단기외채의 중장기 전환은 만기의 연장일 뿐, 빚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과 주요 은행들의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도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위기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는 길은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를 쌓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백5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그러나 올초부터 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는 수입 격감에 크게 힙입은 것이다.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때문에 생산활동이 정상화되면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다지려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결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외환위기는 우리 머리위에 항상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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