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새판짜기」언제 시작될까…각黨 의원들 진로 관심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김대중(金大中)정권」의 탄생 자체가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헌정사 50년만의 정권교체에는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강한 시대적 요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가 뒤바뀜으로써 정치권의 지형(地形)은 달라졌으나 정작 정치권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민정계 중진의원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변화의 동인(動因)은 한나라당에 많다.우선 여권정치인들의 속성이다. 오랜 세월 집권세력의 「안온함」에 젖어온 여권정치인들은 권력의 단맛과 무서움을 잘 알기 때문에 여권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고 그만큼 권력의 유혹에 약하다는 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과거에 경험한 적이 없는 정권교체라는 「기습한파」에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오한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47개 개표구중 9곳을 제외한 38곳에서 패배한 서울과 35개 개표구중 32곳에서 패배한 대전 충남북지역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추위를 타고 있다.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택의 현실적 기준은 총선에서의 유불리다. 같은 이유로 인천 경기지역 의원들도 추위를 타는 편이다. 이들 지역 의원들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DJP연합군」의 1차적 공략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다국적군」인 한나라당의 집안사정도 복잡하다. 3당합당 후 8년이 지나도록 민정계와 민주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민정계가 주도한 현정권과의 차별화 과정에서 양측의 반목은 한층 깊어졌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의 합당은 한나라당의 정체성(正體性) 혼란을 가중했다. 그리고 대선 후로 미뤄둔 지도체제 정비와 지구당조직책 배분 등 당장 내분을 촉발할 수 있는 불씨가 도처에 널려 있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마저 정치를 계속할 의사를 내비쳐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DJP연합군」은 이 틈새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DJP연합군」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영입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제난 타개와 민심 수습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세확산은 여론의 역풍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회의는 직접 영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동맹군인 자민련이라는 완충지대를 통한 간접 영입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상은 물론 자민련과 정치성향이 비슷하거나 지역기반이 같은 한나라당내 민정계 및 충청권 의원들이다. 국민신당도 정계개편 과정에서의 「이삭줍기」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국민신당이 기대를 걸고 있는 대상은 미묘한 지역정서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한나라당내 부산 경남권 의원들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치권의 새판짜기는 내년 5월 지방선거 후에나 태동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지방선거 후 재개될 내각제개헌 논의가 정계개편의 결정적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내 내각제론자들에게 정치적 선택의 명분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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