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청와대 표정]대통령 누가되든…선거이후가 문제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대통령선거일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내 분위기는 예상외로 조용했다. 통상 선거 때마다 감돌았던 긴박감도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청와대비서실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한파(寒波)」 속에서 경제관련 일부 수석실을 제외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날도 정무수석실을 통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으나 특정후보의 유불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대통령은 최근에도 사석에서 『누가 당선하든 상관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것. 청와대의 분위기가 이처럼 가라앉은 이유는 자명하다. 현재의 경제위기도 영향을 미쳤지만 모든 대선후보 진영이 마치 김대통령을 지지도 올리기를 위한 「제물(祭物)」로까지 이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아무튼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면상 관심을 보이는 대목은 「승패의 향방」보다는 「대선 이후」다. 고위관계자들은 『어차피 박빙(薄氷)의 승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자칫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될까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청와대측은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는 물론 낙선자측과도 대화채널을 열어 국가위기 극복에 난기류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대통령과 당선자와의 첫 회동도 「화급한」 경제위기상황을 감안, 가능한 한 앞당겨 빠르면 20일에 갖는다는 복안이다. 청와대는 또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 때 IMF와의 합의이행의지를 밝혀줄 것도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23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낙선자 진영의 「태업(怠業)」으로 금융개혁관련법안 및 실명제 보완입법안 등의 처리가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청와대는 대선이 끝난 직후 모든 대화채널을 가동해 금융관련법안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는 이미 15일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통령비서실 인계단을 구성한 데 이어 당선자 진영과의 포괄적인 정책협의 채널을 만들기 위해 「협력단」을 별도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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