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趙연대」후 정국전망]兩李,영남표잡기 접전 예상

  • 입력 1997년 11월 8일 08시 16분


7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당대당 통합에 합의함에 따라 대선을 40일 앞둔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갑작스레 구체화됐다. 이에 따라 대선구도 윤곽은 일단 이회창(李會昌) 김대중(金大中) 이인제(李仁濟) 3자구도로 확연해졌으나 이런 구도가 언제 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가측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의 탈당과 신한국―민주합당이란 두가지 정치적 상황의 급변에 따른 의미는 다르지만 일단 신한국당으로서는 내분을 정리하고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탈당은 신한국당내 비주류 민주계의 선택폭을 좁힌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당을 떠나느냐 남느냐로 고민하던 비주류측을 잔류쪽으로 기울게 할 명분을 준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 주류의 청와대 비판과 곧 이은 김대통령의 탈당 결행은 신한국당과 국민신당 사이에 절대로 동거(同居)가 불가능한 감정적 적대개념을 깊게 했다. 이는 결국 대선구도가 앞으로 이변이 없는 한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3인의 대결양상에서 별변화를 맞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따져보면 국민회의―자민련의 DJP연대는 개혁세력이 보수세력을 껴안은 셈이고 신한국당―민주당의 이―조연대는 보수세력이 개혁세력을 껴안은 셈이라 할 수 있다.국민신당은 정체성(正體性)을 가리기 힘들지만 일단 김대통령의 개혁노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선정국의 초점은 이인제후보가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신한국당을 탈당함으로써 촉발된 여권 분열이 어떤 형태로 귀결되느냐 하는 데 모아진다. 즉 이회창 이인제 두사람중 누가 최종적으로 DJP연대와 맞붙을 것이냐, 또 그런 상황이 과연 올 것이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김대통령의 탈당으로 영남권 표의 분화현상이 한층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경남(PK)지역과 대구경북(TK)지역의 정서가 확연하게 엇갈리면서 지역주의가 다시 표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남표의 분화는 이회창후보와 이인제후보의 치열한 혼전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느냐도 관심사다. 신한국당에 잔류키로 한 비주류는 이인제후보를 포함한 「반DJP」 3자연합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각당 내부의 사정과 달리 김대통령의 탈당은 또다른 측면에서 정국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대통령이 선거 중립관리 의지를 강조하며 예외없는 불법 단속을 밝힌 데 따라 이른바 선거사정(司正) 정국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히 정당을 떠난 김대통령이 「법대로」를 내세우며 각당의 대선운동을 감시하고 나설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될 것인지 뻔하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대선관리의 공정성시비는 여전히 물밑에 잠복해 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이 정말 마음을 비운다기보다 또 다른 정치적 의미에 치중해 선거사정 형평성 시비를 유발하면 「김심」 논란은 새롭게 가열될 수밖에 없다. 국민신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김대통령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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