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정치권 득실계산]『이인제씨 어부지리』평가

  • 입력 1997년 10월 16일 19시 50분


신한국당이 16일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DJ 비자금의혹」 파문은 또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의 양상이 「의혹제기」와 「반격」이라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치열한 당사자간 접전(接戰)이었다면 이제는 검찰까지 전선이 확대된 지구전(持久戰)으로 돌입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물론 각 대선후보 진영은 그동안의 공방전에 대한 나름의 득실을 중간결산하면서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신한국당의 1차 발표 이후 열흘 가까이 계속된 「DJ비자금 정국」에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다소간 실점(失點)한 가운데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가 어부지리를 챙겼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신한국당의 목표는 「DJ대세론」을 차단하고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이같은 목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당 바깥은 물론 당내의 중평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됐듯이 이총재의 지지도는 비자금 정국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이총재의 경선자금은 물론 잠복했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이는 역효과를 가져온 꼴이 돼버렸다. 이는 또 이총재의 지지율 반등과 2위 탈환이라는 당면 목표를 쉽사리 이루기 힘들다는 비관론을 당내에 확산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특히 신한국당은 권력을 활용, 금융거래의 흐름을 공개함으로써 금융실명제를 집권당 스스로가 무력화했다는 비난도 안게 됐다. 신한국당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며 기업명단을 공개한 것도 재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이 이렇게 벌어지자 당내에서조차 전통적 지지기반의 동요를 자초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회의가 크게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비자금 의혹제기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점은 국민회의측도 인정한다. 의혹의 진위야 어떻든 DJ도 「검은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상기시켰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회의로서는 그동안 공을 들여온 영남권에서의 「+α」가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시간이 촉박한 「DJP단일화」 협상에도 다소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손해 중 하나다. 양당의 이같은 이해득실 계산은 검찰이 신한국당의 고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시 교량(較量)돼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양당은 남은 60여일 동안 이 문제를 놓고 벌어질 지루한 싸움에 대비, 유리한 입지확보를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신한국당의 최우선 목표는 검찰의 수사착수다. 「수사착수〓역전(逆戰)」이라는 게 신한국당측 기대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를 벌이지 않더라도 대선전 내내 이 문제를 최대현안으로 쟁점화하겠다는 전략아래 국회대표연설 총재기자회견 등을 통해 DJ의 부도덕성을 집중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의 고발전에 섣불리 말려들 경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깔려 있다. 그러면서 이인제전지사의 어부지리를 최대한 깎아내리겠다는 게 국민회의측 핵심 전략이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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