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이한동체제」로 정치력 수혈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가 이한동(李漢東)고문을 후임 대표로 내정한 것은 복잡다단한 당내 사정에 비추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고문은 우선 대선후보 경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3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당안팎에서 당내 화합과 조정역을 해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고문은 경선과정에서 「반(反) 이회창 4인연대」를 주도, 민주계 등 비주류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같은 민정계인 김윤환(金潤煥)고문과도 최근 동지적 유대를 회복했다. 5선 의원에 당정 요직을 두루 거친 이고문의 경력과 보수이미지도 정치력 보완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대표의 구미를 당긴 것 같다. 특히 이고문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혹시 벌어질지 모를 후보간 연대 상황과 관련, 고려한 듯하다. 이같은 인선배경을 감안하면 「이한동대표 체제」의 과제는 당의 결속 및 당력 극대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한동대표 체제」의 행로가 과연 순탄할는지는 미지수다. 우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후보가 아닌 대표의 권한과 역할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이대표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직면, 당내 분란이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어 이고문의 역량만으로는 힘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선 및 당운영 과정에서 심화한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에 따른 지도부의 의견조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고문도 대표직을 맡아야 하는지를 놓고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그러나 이고문의 의중은 일단 확고한 것 같다. 요즘 이고문은 부쩍 자주 의원회관에 들른다. 민주계 등 소속의원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26일엔 김윤환고문과 조찬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아무튼 이고문이 대표직을 맡더라도 그의 흉중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당과 이대표의 전도(前途)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고문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정치적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이한동대표 체제」의 행로는 이대표의 지지율 등락에 따라 큰 방향이 잡힐 것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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