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구도/후보추천완화 득실]「1차 과반확보」안된다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시큰둥한 박수
시큰둥한 박수
신한국당이 29일 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격 수정, 대통령후보 경선출마의 문호를 사실상 완전히 개방함으로써 경선구도가 크게 변화할 것 같다. 전당대회 대의원수의 대폭증원에도 불구하고 전국 15개 시 도중 「8개 시도 이상」에서 대의원 50∼1백명의 추천을 받도록 한 원안대로라면 이 요건을 갖춰 경선에 출마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3,4명 정도를 넘기 어렵다. 그러나 「3개 시 도 이상」으로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경선출마의사를 밝힌 8명 모두 후보등록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李會昌(이회창)대표 등 당지도부는 당초 후보난립을 막기 위해 8개 시 도 이상 대의원 추천을 고집했으나 다른 대선예비주자들이 집요하게 경선의 공정성 시비를 제기하면서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자 한발 물러서 요건완화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변화에 따른 대선예비주자들의 득실은 한마디로 속단하기 어렵다. 우선 이대표의 경우에도 득실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8명의 대선예비주자들이 모두 출마할 경우 현재의 「1 대 7」 구도,즉 「이대표 대 나머지 7명」의 구도가 전당대회 1차투표 때까지 지속돼 이대표는 전당대회 당일까지 나머지 대선예비주자들의 집중견제와 흠집내기의 대상이 돼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8명 모두가 일단 경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1차투표 때까지는 나머지 대선주자들 간의 연대에 의한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이대표에게 득이 된다. 이대표측이 양보한 이면에는 이같은 셈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머지 대선예비주자들의 경우에도 처한 위치나 세(勢)에 따라 득실계산이 달라진다. 1차투표에서 2등을 한 뒤 결선투표에서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는 일부 주자들의 경선전략은 다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1차투표에서 2등을 하더라도 1등이 예상되는 이대표와의 격차를 최소 10% 안팎으로 좁히며 접전양상으로 몰고가야 뒤집기를 기대해볼 수 있으나 8명 모두가 경선에 출마할 경우엔 표분산으로 이것이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대표로서도 1차투표에서 바로 과반수 득표를 해 후보로 선출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반사적으로 다른 대선주자들에게는 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경선승리가 아니라 「지명도 높이기」가 주목적인 일부 대선예비주자에게는 경선출마로 소기의 목적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아무튼 대선예비주자들간의 합종연횡(合縱連衡) 시기는 1차투표 이후 결선투표 이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극히 짧은 시간내에 합종연횡을 성사시켜야 함에 따라 합종연횡 양상은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한편 경선출마요건의 대폭완화는 출마제한에 따른 공정성 시비를 봉쇄하고 대의원추천을 받기 위한 경선과정의 낭비적 요소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경선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일부 대선예비주자들의 경선전 탈당에 의한 당의 균열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경선에 출마토록 하면 이들의 탈당명분은 현저히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신한국당의 경선레이스는 이대표가 여전히 「대표 프리미엄」을 업고 선두를 달리고 나머지 대선예비주자들이 이대표의 발목을 잡으며 뒤쫓는 형국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반(反) 이대표」 진영은 앞으로도 어느 시점까지는 공동전선을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대선예비주자들이 언제까지고 이대표 견제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반 이대표」 대선예비주자들의 경선 계산법에도 서로 「질적(質的)인 차이」가 있어 이들의 연대는 경선후보등록 및 이대표의 사퇴를 전후해 중대한 변화의 고비를 맞게 되리라는 게 당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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