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광풍속 「집권4년」與 민주계 붕괴양상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정연욱기자] 지난 4년간 승승장구하며 권세를 구가하던 여권내 민주계가 하루아침에 난파(難破)상황에 직면했다. 4.11총선 직전의 張學魯(장학로)전청와대제1부속실장 구속과 최근 차상환건설공제조합상임감사의 구속은 민주계 난파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한보사태의 전도(前途)를 아직 가늠하기는 이르지만 洪仁吉(홍인길)의원 金佑錫(김우석)내무장관 黃秉泰(황병태)국회재정경제위원장 등 현재까지 구속되거나 소환된 사람들의 면면만으로도 민주계의 정치적 기반이 거의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검찰의 사정권(射程圈)을 벗어난 민주계 사람들도 궁지에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대선을 향해 뛰던 金德龍(김덕룡)의원을 비롯, 朴鍾雄(박종웅)의원 등 민주계 핵심들에게 쏠리는 의혹의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문제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지뢰밭」위를 걷는 심정이라는 게 민주계 인사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이제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할 수 있겠느냐』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민2기」 정권창출은 「떼어 논 당상」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이던 모습을 민주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민주계 재집권은 완전히 물건너 간 일 아니냐』는 허탈감이 팽배하다. 한보사태가 터진 후 드러난 지리멸렬한 내부실상도 민주계 몰락의 조짐중 하나다.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누구도 한보사건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며 『집권후반기의 권력누수현상이 안방에서부터 먼저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울지역의 한 민주계의원은 『당내에 더이상 민주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기에 부닥칠수록 강해진다」는 특유의 단결력조차 이제는 내세우기 어렵게 된 셈이다. 김덕룡의원은 12일 당무회의에서도 신상발언을 통해 「정치적 음해설」을 거듭 제기했다. 물론 조만간 민주계 주도의 「대반격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갈수록 자포자기의 무력감에 휩싸이고 있는 민주계 내부에서조차 가능성이 희박할 뿐아니라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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