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北-美관계 현황]연락사무소 2년째 「낮잠」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잠수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로 北―美(북―미)관계가 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과와 함께 96년 한 해를 넘기면서 북―미관계의 현주소를 현안별로 점검해 본다. ▼연락사무소 개설〓양측은 제네바 기본합의문 이행의 일환으로 94년 12월 워싱턴에서 연락사무소 개설 합의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2년이 넘도록 개설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양측의 부지조사단이 워싱턴과 평양을 번갈아 방문, 건물 물색까지 끝냈다. 미국측은 연락사무소장까지 내정해 놓은 상태다. 개설 지연의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이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더라도 미측 외교행낭(파우치)의 판문점 통과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개설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설을 또 하나의 카드로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완화와 같은 양보안을 얻어내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으로서는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둘 경우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개설 지연 이유 중의 하나다. 관측통들은 내년중으로는 연락사무소가 개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모든 준비가 끝난 지 오래고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경우 북한도 개설을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것. ▼4자회담〓북한은 지난 8월 이형철 외교부 미주국장의 방미를 통해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조건을 달았다. 대북(對北)경제제재를 추가로 완화하고 미 곡물회사들이 대북 곡물 상업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 등이 그것. 미국은 『단순히 설명회로 끝나고말 공동설명회라면 북한측의 이같은 전제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월에 열릴 3자 공동설명회를 앞두고 이 문제가 쟁점이 될 듯. ▼북―미 미사일회담〓지난 4월 베를린에서 첫회담을 가진 뒤 두번째 회담 일정을 아직 못잡고 있는 상태이나 새해 들어 가장 먼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시켜 동북아에서의 미사일 확산을 막겠다는 입장. 북한은 그러나 미사일 개발 및 수출 중단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완화 △테러리스트국가 명단에서의 제외 등 대가를 얻어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쉽게 결론이 날 회담은 아니다. ▼미군 유해 송환 협상〓양측은 지난 6월에 유해 공동발굴에 합의한 이래 7,8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지역에서 발굴작업을 벌였다. 북한은 지난 11월 효율적인 유해발굴을 위해 북한지역내의 전쟁박물관이나 문서보관소에 대한 미측 조사팀의 방문 조사를 허용한다고 발표, 유해문제에 관한 한 비교적 협조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날씨가 풀리는 3,4월경에 본격적인 추가 유해발굴 작업이 개시될 전망이다. 〈워싱턴〓李載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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