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權탐색-與 막후조정자들]민정계 움직임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李院宰기자」 金潤煥(김윤환)고문이 지난 22일 주최한 「21세기정책연구원」 송년회는 사전에 알려지는 바람에 「반쪽모임」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는 달리 민정계 현역의원 34명이 대거 참석했다. 김고문도 이에 고무됐는지 『내년 2,3월쯤 대선과 관련한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요즘 신한국당의 재선급이상 민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대선 국면에서 일정한 몫을 해야 한다는 「집단의식」이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다. 현정권출범 이후 뿔뿔이 흩어져 눈치보기에 급급, 홀대를 받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뭉치지 못하면 더 이상 정치적 존립기반을 찾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탓이다. 그렇다고 민정계 의원들이 특정주자 지지성향 등 속내를 드러내는 건 아니다. 아직은 풍향을 살피고 있는 중이다. 다만 민주계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거부감을 감추지 않는다. 한 민정계 3선의원은 구여권 사람들을 매도한 玄勝一(현승일)국민대총장의 「창기론(娼妓論)」과 金德龍(김덕룡)전정무1장관의 「전과자론」 등을 상기시키며 『민주계에 대해 이미 정나미가 떨어졌다. 심정적으론 민정계의원 누구도 민주계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적지않은 민정계 의원들의 마음은 李洪九(이홍구)대표 李會昌(이회창)고문 등 영입파쪽으로 기울고 있다. 은밀하게 특정 영입파주자에 밀착한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민주계가 현정부의 적자라면 민정계는 서자, 영입파는 양자라고 할 수 있다. 적자중 마땅한 사람이 없을 땐 양자로 가계를 잇는 것도 괜찮은 방법 아니겠느냐』는 柳興洙(유흥수)의원의 얘기는 민정계의 저변 기류를 짐작케 한다. 또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은 『이제는 우리가 안방을 되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부산 경남지역 출신이 아닌 민정계 의원들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자신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인물을 후보로 밀 때 심각한 고민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 한 재선의원은 『김대통령이 보수안정세력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후보를 밀지 않을 경우 민정계 의원들의 행동양식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한다. 벌써부터 민정계 의원들 사이에선 『김대통령이 민주계 주자를 밀면 결코 호락호락하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명분만 주어지면 탈당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권력의 우산」에서 쉽사리 이탈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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