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사 限時석방/정부대응]협상타결 중재외교 총력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9시 51분


李元永(이원영)페루주재대사가 억류된 지 사흘만인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일단 풀려나자 외무부 관계자들은 크게 안도, 사태해결을 낙관하기 시작했다. 「완전한 석방」은 아니지만 인질사태는 협상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릴라들이 이대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단적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해졌다. 이대사 석방이 외무부에 처음 보고된 것은 이날 오전 9시25분경. 현지에 급파된 曺基成(조기성)아르헨티나주재대사와 페루주재 金玉洲(김옥주)참사관이 『이대사를 포함, 모두 38명의 인질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 현지상황을 생중계한 CNN과 일본TV를 통해 수척해졌지만 비교적 건강한 이대사의 모습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대사 등 「협상중재자」 5명이 일본대사관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무부의 기쁨은 반감됐다. 이대사도 오전 11시경 柳宗夏(유종하)외무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페루정부의 협상조건을 받아 억류장소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대사는 일행과 함께 일본대사관저 앞에서 인질과 납치범들의 명의로 된 2건의 성명서를 발표한 뒤 페루경찰당국의 경비속에 페루주재 브라질대사관에 도착, 유장관에게 첫 보고를 한 것. 이제부터의 정부대책은 이대사를 다른 중재자들과 함께 억류장소로 돌아가게 하느냐에 집중된다. 그러나 결론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 張東哲(장동철)중남미국장은 『다른 인질에 대한 신의와 연대감을 고려하면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며 이대사 본인은 물론 정부도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대사 등 5명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남은 인질들이 대신 피해를 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재자 가운데 이대사가 포함된데 대해 외무부는 『테러범들이 대륙별 선후진국별로 인질을 안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9일에는 캐나다 독일 그리스 등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 대사를, 이번에는 아시아(한국) 아프리카(이집트) 남미(브라질)의 개도국대사를 중재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2명의 중재자는 페루 국회의원과 기자다. 앤서니 빈센트 캐나다대사 등 먼저 중재자로 선정된 대사들은 페루정부측과 인질범 사이를 오가며 중재역할을 하고 있어 사실상 인질상태가 아니다. 정부는 이대사가 중재자로 선정된 만큼 외교역량을 총동원, 단시일내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측면지원을 하기로 했다.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중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한국의 외교능력을 세계에 과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方炯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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