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접사과 수용」배경]정부,美역할없이 해결불가 판단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무장간첩 침투사건 해결을 위한 정부 방침이 계속 「완화」쪽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을 설득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유엔안보리에서 의장성명까지 채택하는 등 북한을 궁지로 몰고가려 했던 정부의 당초 방침은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사과의 내용에 대해서도 「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잠수함 사건의 피해당사자인 한국정부에 직접 해야 한다」고 못박았었다. 물론 지금도 정부의 희망은 「북한의 직접 사과」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마닐라에서 열린 韓美(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방침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잠수함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4자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이 「잠수함 사건을 우선적으로 논의한다면 4자회담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미국을 통한 간접사과도 수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완화된 것이다.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사과수준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크게 완화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변경은 잠수함 사건이 엉뚱하게 북―미간의 현안으로 흘러가면서 「미국의 역할없이는 북한의 사과를 받아낼 수 없다」는 현실론에 더욱 강하게 봉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사건발생 직후에는 「조화와 병행의 원칙」을 존중, 북한과의 접촉을 자제했으나 에번 헌지커 사건을 계기로 대북(對北)접촉을 재개해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의 방북(지난달25∼27일)에 이어 이형철미주국장의 뉴욕방문(7일)까지 성사됐다. 북―미접촉에서 북한은 잠수함 문제도 북―미간에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 미국은 이에 대해 『한국에 「적절한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 접점을 찾기 위해 한국정부와도 협의를 계속중이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정부에 전달해달라」는 단서만 붙는다면 미국을 통한 간접사과도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4자회담을 해결의 장(場)으로 제시한 것이나 간접사과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해결수단을 다양하게 제시, 남북한 긴장관계를 풀어보자는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方炯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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