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보이’ ‘도둑들’ ‘국제시장’ ‘부산행’ ‘독전’ 등 이들을 빼놓고 한국영화 포스터를 논하기 힘들다. 시놉시스만 보고 한 컷을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이 작가는 ‘올드보이’ 촬영 당시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로 제시한 ‘보랏빛’을 가지고 사흘 동안 머리를 싸맸다. 안 작가는 지난달 개봉한 ‘돈’ 포스터 촬영 때, 극 중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에서 베테랑 주식 브로커로 변해가는 류준열에게 “100만 원 벌었다” “스포츠카를 계약한다” 등을 외치며 표정 변화를 담아냈다.
2003년 이들이 설립한 ‘테오’는 사진작가들의 계약 등 사업을 대행하는 업체다. 사진작가들의 소속사인 셈. 젊은 작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둘이 뜻을 모았다.

“예전에는 촬영을 하기 전 에디터, 제작사와 촬영 키워드, 주제를 떠올리며 함께 기획하고 발전시켜 나갔어요. 조명 설계만 수십 차례 변경할 정도였죠. 지금은 말 잘 듣는 사진작가가 최고인 것 같아요.”(안성진)
필름에서 디지털로 카메라 기술이 변화한 이유도 크다. 안 작가는 “셔터 한 번의 중요성이 희석됐다. 기관총 쏘듯이 수천 장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특성상 ‘찍고 나중에 고치자’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했다.
그래도 시류의 변화에 무작정 불평만 할 순 없는 일. ‘테오’와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모여 진행한 ‘신인에게 경배를(SALUTE FOR ROOKIES)’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전의 일환이다.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은 신인 배우들의 사진, 영상 등을 제작하기 위해 이 작가와 이유진 CJ ENM PD가 기획했다. 소속사가 없는 배우들로도 대상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너에겐 추억, 나에겐 데이터”라는 안 작가의 말처럼, 일상은 영감의 원천이다. 무심코 들른 식당, 공원도 좋은 촬영 장소가 된다. 안 작가가 종로구 익선동의 한식당 옆 골목을 걷다가 느낌이 좋아 가수 윤종신을 앉혀 놓고 찍은 사진이 1996년 그의 5집 앨범 ‘우(愚)’의 표지가 됐다. 이를 눈여겨본 이 작가는 영화 ‘가족’(2004년) 포스터를 이 골목에서 찍었다.
두 작가 뒤로 천장까지 솟은 큰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2000여 개 프로젝트의 ‘보물’ 사진들이다.
“필름 카메라의 쇠퇴를 보여주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슬픈 영화예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변화에 맞춰 우리도 바뀌어가야죠.”(안성진)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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