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노인기준 올리자고했다 욕 실컷 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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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
“연금, 정년,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따라 기준 달리해야”

“요새 60대보다 건강한 80대도 많아요.”

16일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80·사진)은 현재 65세인 법적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팔순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렁찼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노인 연령 기준 논의의 물꼬를 텄다. 연세대 의무부총장, 연세의료원장을 지낸 의사 출신인 그는 2009년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을 만들고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듬해인 2010년 국내에서 처음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금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하는 대한노인회가 당시에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그는 “당시에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늘어나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건의한 뒤 ‘지하철 공사의 사주를 받았느냐’는 욕설과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회상했다.

거센 반발에 김 회장의 주장은 금세 묻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2015년 5월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자는 의견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노인 연령 조정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김 회장이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건강이다. 그는 “노인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진 1950년대와 지금의 건강 수준은 아주 다른데 여전히 60여 년 전 기준을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65세 이상 인구는 2, 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4%에 육박한다.

김 회장은 나아가 획일적인 노인 연령 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이로 건강 수준을 나누던 시대는 지났다. 고령일수록 어떻게 건강을 관리했느냐에 따라 건강 수준은 천차만별”이라며 “연금, 정년, 지하철 무임승차 등 각각 정책에 따라 연령 기준을 달리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과 같은 커다란 문제는 누군가 화두를 던진 뒤 최소 5년 이상 지나야 제대로 논의를 할 수 있다”며 “눈앞의 손익을 따지기보다 멀리 내다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김일순#한국골든에이지포럼#법적 노인 연령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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