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온 친구 엄마 정말 멋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진안마이꿈유치원 다문화 교육실험
일방적 한국어-한국문화 습득 대신 서로 다른 생활문화 이해 중심 교육
다문화 엄마 초빙해 문화체험… 아이들 언어능력 눈에 띄게 향상

무지개처럼 다양한 꿈을 그려가는 전북 진안의 마이꿈유치원 원생들이 중국 일본 등 엄마 출신 국가 전통복장을 입고 수업을 받고 있다. 진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무지개처럼 다양한 꿈을 그려가는 전북 진안의 마이꿈유치원 원생들이 중국 일본 등 엄마 출신 국가 전통복장을 입고 수업을 받고 있다. 진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를 입은 박선율 군(6)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에 술술 대답했다. “우리 엄마 나라 중국에서는요. 귀신을 물리치려고 설날에 불꽃놀이를 한다고 해요.” 발표를 잘하는 박 군은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8일 오전 전북 진안군 진안마이꿈유치원에서 만 4세반 아이들이 이웃나라에서 설을 어떻게 보내는지 배우는 모습이다. 이 유치원 어린이 121명 중 21명은 다문화가정 자녀다. 21명 중 20명의 엄마는 모두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 이주해왔다. 진안마이꿈유치원은 2016년 교육부에서 다문화 유치원으로 지정돼 다문화 중점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유치원은 전국에 60곳. 교육부는 올해 90곳으로 늘려 연간 700만 원씩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다문화 교육이 다문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 유치원의 다문화 교육은 한국 학생도 친구 엄마의 모국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생활주제별 통합 교육’이다. 계절, 음식, 교통수단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생활 속 주제로 수업이 구성된다. 한국의 버스 택시 지하철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에서 타는 툭툭(삼륜 택시)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을 진행하자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발달 수준이 6개월 만에 눈에 띄게 성장했다. 2016년 5월 다문화 유아 19명을 상대로 취학 전 언어발달척도(PRES) 검사를 한 결과 또래보다 늦은 언어발달을 보이는 아이들이 12명이나 됐지만 다문화 교육을 한 뒤 11월에 다시 검사를 하니 5명으로 크게 줄었다. 최혜진 다문화담당교사는 “언어에 집중한 교육보다 생활주제별 교육 활동이 오히려 학생들의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엄마들을 일일 교사로 초빙해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가르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일본 캄보디아 출신 엄마 3명이 직접 아이들에게 각 나라의 인사말을 가르치고 음식과 전통의상 등을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일일 교사로 나선 세은이 엄마 장수연 씨는 아이들에게 베트남 쌀국수, 월남쌈 요리를 선보였다. 최 교사는 “아이들은 ‘세은이 엄마가 선생님이 됐다’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세은이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듯했다”고 했다.

이 유치원의 만 5세반 다문화 학생 7명은 10일 유치원을 졸업하고 3월이면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들의 언어발달 상태는 대부분 평균이거나 그 이상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걱정이다. 유치원에서는 한국, 다문화 학생 간 격차가 거의 없지만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교과서가 생기고 읽고 쓰는 일이 많아져 뒤처질까 우려된다는 얘기다.

유치원 교사 대부분은 “다문화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외국인인 학부모와 상담하거나 학교 행사 등을 안내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김수미 원장은 “엄마들을 위해 지역 다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정통신문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서 보내거나 필요한 준비물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있다”며 “다문화가정의 부모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안=노지원 zone@donga.com 최예나 기자
#진안마이꿈유치원#다문화 교육실험#다문화 학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