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영화 완성도 대신 메시지를 봐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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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000만원 ‘스톱’ 김기덕 감독

 “돈 없으면 영화 하지 말아야 하나요? 그게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입니다.”

 김기덕 감독(56·사진)은 굳이 힘든 길을 걷는다. ‘베니스가 사랑하는 감독’ ‘내놓는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거장’ 등 묵직한 수식어가 붙는 감독이지만 최근 행보는 꼭 신인 독립영화 감독을 연상시킨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 지역에 사는 임신부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저예산 영화 ‘스톱’ 개봉을 맞아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 영화는 감독이 혼자 외화 반출 한도액인 100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가 배우 섭외부터 의상까지 직접 챙겨가며 찍었다.

 “왜 굳이 힘들게 사냐고들 묻죠. 영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계속 받으니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1억, 2억 원으로는 영화를 찍으면 안 되나? 몇십억 원 들어간 영화들에 견줄 완성도가 안 되면 영화를 하지 말아야 하나? ‘스톱’을 찍으며 초심으로 돌아가 보니 답이 나왔어요. 첫 영화 ‘악어’를 찍을 때처럼 더 전투적으로 완성도에 집착하지 말고, 시간과 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나만의 메시지를 전하자고요.”

 감독은 20년간 무려 22편의 영화를 찍었다. 작품 한 편마다 상업성과의 투쟁을 벌여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남북의 이야기를 다룬 ‘그물’에 이어 ‘스톱’을 연달아 선보였지만 ‘그물’의 제작비는 1억5000만 원, ‘스톱’은 1000만 원 수준이다.

 “‘김기덕 영화’는 어떻게 해도 흥행이 안 된다는 낙인 같은 것이 이미 찍혀 버렸어요. 스스로가 그걸 명확히 느끼거든요. 그래서 큰 스케일, 상업적인 성공 같은 것은 놓아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원전 문제라도 ‘판도라’처럼 상업적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있으면 또 제 영화같이 저예산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도 있어야죠.”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기덕#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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