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안무가 드쿠플레 “어두운 현실에 즐거움 선물하는게 내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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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안무가 드쿠플레… 신작 ‘콘택트’ 들고 2년만에 방한

 “남자, 여자, 아이, 어른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춤, 영화, 연극, 서커스, 패션, 마임 등을 한 공연에 뒤섞어 화려한 볼거리를 창조해 온 융·복합 예술의 개척자인 필리프 드쿠플레(55·사진)가 11∼13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콘택트’라는 작품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1999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4번째이자 2년 만의 방한이다. 10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콘택트’는 2014년 초연해 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파우스트’라는 가상의 뮤지컬을 리허설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그렸다. 이야기 자체보다는 서커스, 마술, 고전 뮤지컬, 그림자극, 발리우드(인도 영화) 등 온갖 요소가 뒤섞인 볼거리가 중심이다.

 “제가 만든 작품들 중 가장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죠. ‘콘택트’ 공연 투어의 마지막이 한국입니다. 계속 손을 보며 공연을 하는데 이번 공연이 가장 무르익은 상태죠.”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스타일은 ‘드쿠플러리’(드쿠플레 방식의)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특히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개막식 연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춤, 서커스, 영상이 어우러진 무대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개막식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올림픽위원회가 31세에 불과한 저에게 기회를 준 것 자체가 위험을 감수한 겁니다. 그 이후로 예술단체, 기관에 항상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라고 말해요. 예술은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어요.”

 그는 주로 ‘관찰’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일단 많이 자면서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그는 지하철 등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말을 잘 못하는 저의 표현 방식이 공연이죠. 관찰을 좋아하는데 지금 여러분을 관찰해 보니 제가 말하는 것을 컴퓨터 자판으로 그대로 옮기는 것이 신기하네요. 연필로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앞으로 무대 예술이 어떻게 변할까’란 질문에 그는 재치 있게 답했다. “아버지는 미래 예측을 하는 사회학자인데 실제 그러질 못하셨죠. 하물며 모두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했지만, 결과는 어떤가요.”

 최근 프랑스 내에서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심화되는 등 어두운 뉴스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예술가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점점 어두워지는 현실에 영향을 받지만 그걸 보여주진 않아요. 그 반대를 보여주는 것이 제 일이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자유를 주고 싶어요. 분명 사람들은 그것이 필요해 공연장을 찾는 것일 테니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태양의 서커스#안무가 드쿠플레#콘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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