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야 英옥스퍼드대 교수 “서구식 자기주도 학습이 절대선? 한국, 환상 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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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야 英옥스퍼드대 교수
“사회-문화 특징 무시한 따라하기…학습격차 등 되레 교육 불평등 심화”

가리야 다케히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29일 서울 서초구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교육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리야 다케히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29일 서울 서초구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6 서울국제교육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구 따라잡기’식 교육 개혁이 언제나 성공할 거란 기대는 ‘환상’이다.”

 28, 29일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2016 서울국제교육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가리야 다케히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61)의 말이다. 그는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성급히 추진하는 교육 개혁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가리야 교수는 “한국에서 새로운 교육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게 하는 교육 방식이 절대선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리야 교수의 문제의식은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무분별하게 서양의 교육 방식을 좇으려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그동안의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고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강조하는 ‘21세기형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길러내기 위해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을 신장시키는 방식으로 교육 정책을 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기초 학습 능력이 부진한 학생들이 소외됐다고 지적한다. 가리야 교수는 “교육 당국이 학교 현실이나 학생 개개인의 학습 역량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성급한 교육 개혁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고, 심지어 확대시켰다”고 말했다.

 즉, 스스로 학습 동기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자기 주도적 교육 방식이 통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은 오히려 교실에서 방치되고, 교사들 또한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 줄 수 있는 교수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가리야 교수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교육 당국이 실제로 학교 현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좇기보다 그 나라의 역사 사회 문화의 특징에 맞는 개혁을 실행해야 하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존하는 불평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는 ‘낭만적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리야 교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東京)대에서 교육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2008년부터는 옥스퍼드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가리야 英옥스퍼드대 교수#서구 따라잡기#자기주도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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