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 땀이 밴 정직한 농산물에 디자인 날개 달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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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레드닷 디자인상’ 받은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

세계적 디자인상인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 한 대표가 들어 보인 태블릿PC에는 이번에 상을 받은 인삼농장 ‘삶애농장’의 홍삼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 있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세계적 디자인상인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 한 대표가 들어 보인 태블릿PC에는 이번에 상을 받은 인삼농장 ‘삶애농장’의 홍삼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 있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농산물을 유통하는 청년이 글로벌 디자인 대회인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해 화제다. 이 상은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와 미국의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주로 대기업이 타는 상을 이례적으로 영세업자가 거머쥔 것. 주인공은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35).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20대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30대에 창업에 나섰다. 대학 재학 시절 자전거로 전국 무전여행을 다니며 시골 농가에서 숙식했던 기억이 창업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강원도에서 애호박 10개를 1000원에 넘기는 농부님을 보고 충격받았어요. 도시에선 1개에 1000원에 팔리기도 하는데…. 농부님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꼈죠. 농산물 유통 단계가 예닐곱 단계이다 보니 도시로 갈수록 가격이 부풀려졌기 때문이죠. 농부도 제값을 받고 소비자도 몸에 좋은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한 대표는 농가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던 것을 떠올리며 회사 이름을 ‘둘러앉은밥상’이라고 지었다. 스스로도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정직한 농산물’을 찾으려 했다. 화학비료나 제초제, 성장촉진제 등을 최소화한 농산물을 발굴하는 것.

이를 위해 한 달에 보름은 농가를 돌면서 숙식했다. 농사일을 거들면서 농산물이 자라는 과정을 배우고, 때로는 불시에 방문해 이들이 정직한 방법으로 기르는지 살폈다. 또 농산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생생하게 알려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가 아무리 제대로 농사를 짓고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발굴해도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만들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란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영세 농가 입장에선 디자인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농부들이 잘되어야 자신도 잘된다는 생각을 했던 그는 총대를 멨다. 단순한 농산물 판매자가 아니라 농산물 경영자라고 생각한 그는 디자인도 함께 떠맡았다.

이번에 디자인상을 탄 홍삼 제품의 패키지도 마찬가지. 제품 포장에는 반딧불이의 반짝이는 빛과 우직하게 농사지으며 말없는 농부를 표현하는 말줄임표(6개의 점)가 그려져 있다. 자연농법으로 길러 인삼밭에 반딧불이가 되돌아온 것을 살린 것.

“통상 시장에선 통통한 인삼을 선호해요. 때론 화학비료로 과식시키고 항생제를 쓰기도 하죠. 이 제품의 수확량은 일반 인삼밭의 3분의 1에 그치지만 농부님의 우직함 덕분에 인삼 본연의 특성을 지닐 수 있게 돼요.”

자연 그대로의 농산물을 강조한 덕에 시장 반응도 좋다. 대표적인 게 ‘땡땡 터져가는 무화과’. 제때 영근 무화과는 유통 과정에서 터져버려 대부분의 유통업자들은 덜 익은 무화과를 판다. 하지만 무화과 본연의 맛은 덜하다. 그는 잘 익은 무화과의 장점을 미리 소개하고 무화과가 터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려 소비자 불만을 없앴다. 실제로 올해 준비한 물량은 ‘완판’됐다. 지난해엔 파크하얏트서울호텔과 손잡고 회사 농산물을 식재료로 쓴 브런치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고, 명절 때면 대기업 회장 비서실에서 제품을 사가기도 했다.

“소농(小農)이 살아야 우리 먹거리도 산다고 생각해요. 농부들과 도시 소비자들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같이 잘살 수 있는 법을 찾고 싶어요.”

등산화 차림에 초대형 배낭을 멘 그는 지방 농가로 다시 향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레드닷 디자인상#한민성#둘러앉은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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