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남긴 국민 마음의 상처… 정부가 치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트라우마 전문가 잭 솔 교수

최근 한국을 방문한 심리학자인 잭 솔 뉴스쿨대 교수는 18일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인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치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제이주기구 제공
최근 한국을 방문한 심리학자인 잭 솔 뉴스쿨대 교수는 18일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인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치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제이주기구 제공
“9·11테러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직접적 피해자뿐 아니라 뉴욕 코네티컷 뉴저지 주 주민에게 모두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했어요.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은 한국 역시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한국대표부가 주최하는 ‘재난 시 심리·사회적 지원 국제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방한한 잭 솔 뉴스쿨대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인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 “많은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9·11 당시 피해자들을 위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프로그램을 창안해 제공한 심리학자다.

테러 당시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었던 그는 테러 이후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5세, 7세이던 두 아들은 테러 이후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고, 주민들도 결국 몇 주 뒤 하나둘씩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떠났다. 그만큼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것. 솔 교수는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나 죽은 사람의 유가족만 고통을 겪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끔찍한 장면을 본 목격자나 테러 소식을 들은 일반 국민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9·11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 대상은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주민 모두였다. 뉴욕 코네티컷 뉴저지 주 등지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학부모를 대상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을 잘 성장할 수 있게 지도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은 1000개를 넘어섰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다양한 트라우마 극복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솔 교수는 설명한다.

미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나 치료 이후 회복 과정에 대한 설문조사도 했다.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들을 내놨고, 이는 피해자와 이웃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치유 활동들은 미국 연방정부의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솔 교수는 “재난 시 심리적, 사회적 지원을 하는 데서 개인이나 단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 시 심리·사회적 지원 국제 워크숍’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일까지 이틀간 개최된다. 솔 교수를 비롯해 글로벌 심리·사회적 지원 컨설턴트인 레슬리 스나이더 박사, 국제이주기구 심리·사회적 대응 담당자인 굴리엘모 스키니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트라우마#잭사울#세월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