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배 씨 “수익 절반은 길고양이 치료비로 기부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문체부 청년예술가 선정 조춘배씨, 길고양이 후원 물품 제작 판매
“쇼핑몰 등 다양한 기부창구 준비”

조춘배 씨가 작업실에서 키우는 고양이 ‘태평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춘배 씨가 작업실에서 키우는 고양이 ‘태평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가수 이효리 씨처럼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 하는 식의 대외활동은 부담스러워요. 그런 활동은 ‘캣맘’ ‘캣대디’에게 맡기고 저희는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 할래요.”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한 작업실. 조춘배 씨(38)가 수줍게 웃으며 입을 뗐다. 캣맘, 캣대디는 최근 주인 없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 조 씨는 “난 캣대디는 아니지만 길고양이를 향한 애정은 그에 못지않다”고 자부했다.

조 씨는 지난해 ‘빙위드캐츠(Being with Cats)’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창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 대학원에서 만난 친구 두 명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길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노트, 가방, 텀블러 등을 직접 디자인해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의 절반을 아픈 길고양이들을 위한 치료비로 기부한다는 것이 빙위드캐츠의 철칙. 이는 올해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빙위드캐츠를 ‘청년예술가 일자리 프로젝트’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계기가 됐다. 아직 소득이 많지 않아 기부금은 매달 20만∼40만 원 정도다.

조 씨가 길고양이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건 고양이 ‘장수’ 덕이었다. 장수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어느 날. 창밖에서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계속됐다. 엄마를 애타게 찾는 듯한 구슬픈 소리였다. 조 씨는 장수를 구출해 곧장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그는 “그때 길고양이 치료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걸 깨달았다”며 “10만∼20만 원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많게는 300만∼400만 원까지 이른다”고 말했다.

장수 같은 길고양이를 위해 조 씨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길고양이 후원 비영리단체 ‘한강맨션 고양이’에 가입해 바자회에 물건을 내놓았다. 처음 내놓은 노트는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빙위드캐츠 글씨가 박힌 깔끔한 에코백을 내놓자 순식간에 매진. 그는 “바자회 수익의 3분의 1이 에코백 판매액이었다”며 “그때 이후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씨에게 길고양이는 ‘같이 살아가는 존재’다. 올해 3월부터 그는 그간 해오던 애니메이션 제작 사업을 접고 빙위드캐츠 활동에만 ‘올인’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우리처럼 길고양이 후원 물품을 판매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한 쇼핑몰을 만드는 등 다양한 기부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길고양이#빙위드캐츠#조춘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