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도시 다니려면 프로펠러 달린 에어사이클이 딱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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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우주정착설계콘테스트’서 한국 고교생팀 2위 수상

올림푸스팀의 모태는 ‘한국청소년항공우주학회’ 다. 이 학회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 있는 전국의 중고교생들이 모여 지난해 3월 설립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올림푸스팀의 주축인 이상민 군. 올림푸스 제공
올림푸스팀의 모태는 ‘한국청소년항공우주학회’ 다. 이 학회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 있는 전국의 중고교생들이 모여 지난해 3월 설립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올림푸스팀의 주축인 이상민 군. 올림푸스 제공
“언젠가 우주에 사람이 살게 될 텐데 그때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채택된다면 정말 신나고 뿌듯할 것 같아요.”

1994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전 세계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는 ‘우주정착설계콘테스트(Space Settlement Design Contest)’에서 이상민 군(인하사대부고 3학년)을 주축으로 고교 2, 3학년 9명으로 이뤄진 ‘올림푸스’ 팀이 2위에 입상했다. 인간이 우주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아이디어를 제출받아 심사하는 이 대회에서 국내 청소년 팀이 수상한 건 처음이다.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하루 4∼8시간씩 투자했어요. 각자 공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논의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직접 만났죠.”

이 군이 올림푸스를 결성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우주라면 죽고 못 사는 ‘마니아’들을 모았다. 인천 광주 부산 공주 횡성 등 팀원들의 거주지도 전국구였다. 5개월간 바짝 준비해 올해 2월 15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논문을 제출하는 데 성공했다. 논문은 모두 영어로 썼다.

표지는 까만 우주를 배경으로 자신들이 직접 고안한 우주도시로 꾸몄다. 거대한 우주선처럼 생긴 우주도시는 학생들이 직접 그렸다. 우주도시 상단에는 자외선 감쇄장치 ‘아폴로 플랜트’가 붙어있다. 이 군은 “지구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유해한 우주선(線)과 자외선 등을 지구자기장이 막아주지만 우주에는 이런 방어막이 없다”면서 “자외선과 우주선은 차단하고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태양광과 태양열을 공급하는 우주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주도시의 교통수단으로 ‘에어사이클’도 제안했다. 공기만 있고 중력이 없는 우주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자전거 의자 뒤쪽에 프로펠러를 달고, 앞에는 항공기 동체에 사용하는 날개와 비슷하게 생긴 장치를 달았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이들의 ‘지도교수’ 격으로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적인 자문과 검토도 맡았다.

올림푸스의 모태는 지난해 3월 국내 고교생들이 설립한 ‘한국청소년항공우주학회’다. 이 학회는 이 군이 인터넷 카페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항공우주 분야의 이슈와 관련 지식을 같이 공부할 전국의 중고교생을 모집하면서 발족했다. 현재 회원수는 학회 카페 가입 기준 400명을 넘는다.

이 군은 “같이 공부할 친구들은 많지만 함께 모여서 공부할 장소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할 때도 스터디룸을 잡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는 학회에서 발표할 논문을 실을 저널이 없다”면서 “이번에 NASA가 주관한 대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5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는 ‘국제우주개발콘퍼런스’에서 열린다. 올림푸스를 포함해 우승자인 미국 미시간 주 그린힐 고교 연구팀 등 대회 수상자들에게는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기회도 주어진다.

이 군은 “성적과 입시에 대한 부담도 컸지만 좋아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면서 “그간의 노력에 대해 칭찬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우주정착설계콘테스트#한국 고교생팀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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