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오키프 교수 “뇌에 반도체를 꽂는다면?… 그 호기심이 40년후에 노벨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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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생리의학상 받은 英 오키프 교수 방한

“트랜지스터(반도체)를 뇌에 꽂아보자는 아이디어 덕분에 노벨상까지 받았네요.”

이달 6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존 오키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75)가 수상 2주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일 서울대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원(IBS)-영국왕립학회 공동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오키프 교수는 1971년 뇌가 장소를 인지해 다른 장소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소세포’를 찾아낸 공로로 올해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마침 트랜지스터가 개발됐을 때였다”며 “쥐의 뇌에 트랜지스터를 부착하면 쥐의 행동과 뇌의 활동을 연결지어 관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적중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파격적 실험은 뇌 활동과 몸동작의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연구 한계를 단숨에 넘어섰고 오키프 교수는 ‘장소세포’를 찾아냈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개인적 노력이 노벨상이라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시간 전쯤 집에 있었는데, 동료 교수에게 선정 소식을 전해 듣고는 정말 놀랐다”고도 말했다. 오키프 교수가 장소세포의 존재에 대한 논문을 1971년 발표했을 때는 학계에서는 너무 파격적인 결과라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장소세포뿐만 아니라 위치와 방향을 인식하는 격자세포의 존재까지 밝혀지면서 오키프 교수의 연구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오후 6시 이후에도 연구실에 간다”며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도 (정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키프 교수는 “지금 뇌 연구를 하지 않으면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치매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뇌 연구를 위해 충분한 투자와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5월 ‘제2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카블리상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오키프 교수는 그 자리에서 뇌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뇌과학연구소인 영국 세인즈버리 웰컴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오키프 교수는 “연구자의 창의성을 유지하는 일과 안정적인 연구비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한국에서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꾸준히 제공하면서 창의성을 고무시키기 위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기자 ilju2@donga.com
#트랜지스터#반도체#노벨 생리의학상#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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