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서 망자에게 제의를 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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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첫 신작 ‘이미아직’ 15일 무대올려

죽은 자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을 표현한 ‘이미아직’의 한 장면이다. 남자 무용수의 어깨 위에 두 발을 딛고 선 여자 무용수는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무기력하게 쓰러지며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닿게 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죽은 자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을 표현한 ‘이미아직’의 한 장면이다. 남자 무용수의 어깨 위에 두 발을 딛고 선 여자 무용수는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무기력하게 쓰러지며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닿게 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공연 제목인 ‘이미아직’(Alreadynotyet)은 몸은 이미 죽었지만, 영혼은 아직 떠나지 못한 죽음 직후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 공연이 세월호 참사 애도의 일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연 형태로 망자에게 제의(祭儀)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현대무용단의 연습실. 안애순 예술감독(54·사진)과 단원들은 ‘이미아직’ 리허설에 한창이었다. 지난해 7월 국립현대무용단 2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후 내놓은 첫 작품은 공교롭게도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됐다.

이 작품은 자신 또는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분노하던 14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서로를 위로하다가 또다시 터지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예기치 않은 죽음의 응어리를 춤으로 풀어내는 장면들로 이어졌다.

안 감독은 “연습을 본 분들이 이번 공연의 춤 속에서 최근 세월호 사건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아직’의 안무는 전통 장례에서 상여에 매다는 꼭지가 모티브가 됐다. 꼭지는 황천길을 친구처럼 동행하며 죽음의 두려움에 직면한 영혼을 달랜다고 한다.

안 감독은 “샤머니즘 차원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는 굿이 일종의 공연 형태를 보였듯 이번 공연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절망과 상처를 예술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씻김’ ‘주마등’ ‘여백’ ‘찰라’와 같은 이전 작품에서도 죽음을 춤의 주제로 선택했다. 그는 “인간에게 죽음이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거나 공동체가 가진 문제점을 되돌아보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춤을 통해 죽음에 직면하는 순간을 관객에게 던져주고, 자신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남자 무용수들이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추는 20분간의 격렬한 춤이다. 그는 “이 장면에선 무용수들이 스스로 신체의 한계를 느끼며 몸을 버린 채 몽롱한 상태에서 춤을 춘다”며 “삶의 에너지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15∼1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3472-142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현대무용단#이미아직#안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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