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00원씩 모아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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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치료비 후원하는 ‘동행과 행동’

이정기 회장(왼쪽) 등 동행과 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2월 20일 광주 하남공단 내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방문한 모습. 동행과 행동 회원들은 창립 4주년을 맞는 다음 달 20일 광주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동행과 행동 제공
이정기 회장(왼쪽) 등 동행과 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2월 20일 광주 하남공단 내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방문한 모습. 동행과 행동 회원들은 창립 4주년을 맞는 다음 달 20일 광주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동행과 행동 제공
광주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 외국인 근로자 A 씨(42)는 1년여간 바늘로 배를 찌르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10월 쓸개 결석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불법체류자여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임금을 모두 고국으로 보내야 하는 그는 진통제를 먹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물만 먹어도 토할 지경이 된 A 씨는 지난해 12월 23일 광주 하남공단에 있는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는 이천영 센터소장(54·목사)의 소개로 시민모임 ‘동행과 행동’으로부터 166만여 원을 후원받아 수술을 한 뒤 3일 퇴원했다.

2010년 12월 광주에서 일하던 아프리카 가나 출신 노동자 B 씨(당시 37세)가 뇌염 추정 증세로 병원에서 투병하다 숨지자 B 씨의 장례비 106만여 원도 ‘동행과 행동’이 후원했다.

‘동행과 행동’은 2010년 2월 20일 결성됐다. 부산 해운대구 양운중 교사 이정기 씨(54)가 지인들에게 외국인 근로자들을 돕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회원은 220여 명에 달한다. 한 달 회비로 1000원 이상씩 낸다. 이 돈은 외국인 근로자 치료비나 장례비로 쓴다. 회원 중 10명은 이 씨의 제자다. 이 씨는 제자들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면 먼저 ‘동행과 행동’ 회원으로 가입해 달라고 당부한다.

동행과 행동이 그동안 도운 외국인 근로자는 40여 명. 이 중 광주전남 지역 근로자가 20여 명이다. 이 씨는 “종교·국경은 물론이고 불법·합법 외국인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광주전남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은 이천영 소장이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1998년 고교 교사로 일하던 중 한 외국인 근로자를 도운 것을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문화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2007년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새날학교를 광주에 세웠다. 동행과 행동 회원들은 모임이 만들어진 2월 20일이면 광주를 찾아 이 소장을 만난다. 회원들은 “이 소장과 만나면서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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