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 의미 깊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세대간 ‘소통의 DMZ’ 돼 큰 감동”
■ 이인재 파주시장


“정말 꿈만 같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2013년 7월 27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27일 평화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이인재 파주시장(사진)은 한동안 감격에 젖어 있었다. 포럼을 준비하면서 고생했던 장면 하나하나가 머리를 스쳐갔다.

이 시장은 평화포럼의 성공 비결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꼽았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예산을 마련하고 행사장을 정비하고 프로그램 준비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며 “누구 하나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마음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 스스로도 평화포럼이 열리기 전까지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막연한 기우였다. 막상 포럼이 시작되자 영 피스 리더(YPL)가 통일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콩트나 노래 형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럼 직후 열린 공연에서 주민들과 YPL이 손을 잡고 세대 간 벽을 넘어 흥겨운 한마당을 연출한 것에서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내년부터 평화포럼을 확대 추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 시장은 “6·25전 참전 용사와 가족, 해외 참전군인 가족을 평화포럼에 초청해 세대와 국적을 넘어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캠프 그리브스에 조성 중인 안보체험 시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세기 동안 사용된 각종 군사시설은 젊은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며 “시설을 최대한 원형을 살려 리모델링하고 안보체험장으로 꾸며 젊은 세대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최전방 현실 국민에 생생히 알려”
■ 임관빈 국방정책실장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이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평화포럼으로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27일 최북단 미군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에서 파주시 동아일보 채널A의 공동 주최로 열린 평화포럼의 밑거름은 국방부의 든든한 후원이었다. 그 후원의 중심에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사진)이 있었다.

임 실장은 29일 “최전방에서 한반도 안보의 현실과 우리의 대비 태세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준 좋은 행사였다”며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의 성공적 출발을 축하했다.

국방부의 적극적 지원과 후원이 없었다면 평화포럼 구상은 현실이 될 수 없었다. 캠프 그리브스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어 군 당국의 허가 없이는 민간인이 출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평화포럼 개최 방안을 받고 여러 차례 진지한 내부토론을 했다는 후문이다.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리는 첫 대형 행사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안전, 행사 내용의 민감성 등 검토할 사항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임 실장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최종 판단해 ‘적극적으로 돕자’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분단과 전쟁의 상징이었던 공간에서 평화와 통일을 논의한다’는 취지가 좋았고 100명의 대학생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의 참여도 전문가 위주의 다른 포럼들과는 다른, 의미 있는 차별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화포럼이 끝난 뒤 군 내부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캠프 그리브스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보병 1사단 측 관계자는 “포럼에서 영 피스 리더들이 발표한 평화와 통일 방안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대학생과 지역주민, 그리고 군이 하나로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무기든 참전국, 후손은 평화 노래”
■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 배종훈 감독


“‘전쟁과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라는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의 슬로건은 6·25전쟁 참전국 출신 음악가들로 구성된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의 취지와도 딱 맞습니다. 그 첫 행사인 만큼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종훈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초대 국군교향악단 상임지휘자(50·사진)는 ‘제1회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의 축하공연에 참석한 이유로 ‘사명감’을 꼽았다.

당초 평화포럼(27일) 하루 전날인 26일 비무장지대(DMZ) 도라산역과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평화음악회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교향악단은 배 감독의 설득에 흔쾌히 평화포럼 축하공연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배 감독의 교향악단을 평화포럼 주최 측과 연결시키는 데에는 임미정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대표(한세대 교수·피아니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임 대표는 동아미디어그룹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된다-통일코리아프로젝트’의 하나로 실시 중인 탈북 청소년 음악교육 지원 사업을 이끌고 있다.

참전국 교향악단은 평화포럼 축하공연의 오프닝 연주를 맡아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테마곡, 아리랑 등을 들려줬다. 이를 감동스럽게 지켜보던 배 감독은 “60년 만에 무기가 아닌 음악을 들고 한국에 온 만큼 자신들의 연주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감독은 “6·25전쟁에 전투 병력을 파견한 16개국과 의료지원 5개국 등 21개 참전국에서 국가별 ‘하나의 악기와 1명의 연주자’라는 개념으로 단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참전국 교향악단의 한국행에는 위기가 있었다. 일부 참석자의 가족이 ‘북한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배 감독은 “단원보다 그 가족을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이인재#임관빈#배종훈#DMZ#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