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독립운동가의 후손, 한국 뇌연구 발전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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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생명과학자 데니스 최, KIST 뇌과학 연구소장 부임
“美 임상실험 한국서 시너지 창출”

독립운동가의 손자가 세계적인 생명과학자가 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를 이끌게 됐다.

주인공은 데니스 최(최원규·60·사진) 소장. 최 소장의 조부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설립 멤버이자 언론인인 최창식 전 임시의정원 의원이다. 독립운동을 활발히 벌였던 최 전 의원은 광복 후 귀국하지 못하고 만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의대 신경과학연구소장인 최 소장은 22일 KIST 뇌과학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앞으로 3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뇌과학 연구를 이끌게 된다. 하버드대에서 약리학과 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 소장은 박사과정에 있던 1977년 신경안정제 ‘벤조다이아제핀’의 분자적 작용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네이처’에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25일 서울 홍릉 KIST에서 만난 최 소장은 “재능 있는 많은 연구자와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된 점과 개인적으로 나의 뿌리인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이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2세인 최 소장은 태어난 뒤 줄곧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사실 최 소장과 KIST의 인연은 부친인 해리 최(최영화) 박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한국에 국립연구소 설립을 추진할 당시 미국 바텔연구소에 근무하던 최 박사는 KIST 설립지원팀을 이끌며 KIST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최 박사는 1969년 박 대통령의 지시로 당시 경제기획원이 발주한 중공업산업 타당성에 대한 용역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에서 연구부사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 소장은 앞으로 뇌과학 관련 융복합 연구와 함께 임상중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 소장은 “한국의 뇌과학 연구 수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잠재력이 풍부하다”며 “현재 신경과학 분야는 기초연구 단계를 지나 사회에 실질적 혜택을 주는 단계에 진입한 만큼 기초연구 성과를 실용화로 연결하는 중개연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의대가 보유하고 있는 임상병원, 많은 사례, 의사들의 경험에 KIST의 기초연구와 공학 분야 연구 성과를 결합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데니스 최#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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