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한발 DMZ 한바퀴… “분단 현실이 보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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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일고 교사-학생 20명 최북단 330km 자전거 횡단

통일기원 사제동행 비무장지대(DMZ) 자전거 횡단여행 이틀째인 25일 서울 경일고 학생과 교사들이 강원 화천군 평화의 댐을 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통일기원 사제동행 비무장지대(DMZ) 자전거 횡단여행 이틀째인 25일 서울 경일고 학생과 교사들이 강원 화천군 평화의 댐을 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어흐….” “잘한다! 가자, 가자, 가자!”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는데 맞바람은 도와주지 않았다. 비무장지대(DMZ)를 지나는 최북단 도로에서 얄미운 맞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폐달을 밟는 이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경일고등학교 남학생 14명과 평균 연령 45세인 교사 6명이다.

“환갑인 선생님도 짱짱한데 좀만 더 힘내, 인마.” 교사의 호령에 선크림을 하얗게 덕지덕지 바른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들은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해 24∼27일 3박 4일 여정으로 통일기원 사제동행 DMZ 자전거 횡단여행에 나섰다. 고성통일전망대, 양구전쟁기념관, 평화의 댐, 백마고지, 임진각으로 이어지는 최북단 도로 330km를 주파한다. 전적지를 직접 찾아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통일의 꿈을 키워가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학생과 교사들은 이 여행을 위해 지난 학기 동안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모두 모여 경기 유명산 100km 코스를 등반했다. 학기 내내 자전거 적응 훈련도 받았다. 교사 6명은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강을 자전거로 달리고 아라뱃길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도 끝냈다.

25일은 강원 양구군에서 출발해 화천군 평화의 댐을 지나는 10시간의 강행군을 벌였다. 총 99km를 내달려야 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쏟아지는 햇볕과 찌는듯한 무더위에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이 무한정 고맙기까지 했다.

학생들은 “다리를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라며 근육통을 호소했다. 뒤처지는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따라간다. 정환희 경일고 교감과 지역 해병대전우회 승합차가 낙오된 학생을 챙긴다. 지역 경찰차는 저만치 앞서 가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이날 양구전쟁기념관과 제4땅굴을 방문한 학생들은 전쟁의 흔적을 살펴보며 숙연해졌다. 최경찬 군(17)은 “우리 선조들이 고생한 걸 잊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전거를 탈 땐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던 이상운 군(17)도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여행의 하이라이트 장소인 평화의 댐, 항상 수위가 낮은 이 댐과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서 수집된 탄피로 만든 세계 평화의 종을 한참 지켜보던 이용우 군(17)은 “이런 의미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통일이 됐으면 이런 댐이 필요 없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들은 여행 셋째 날 강원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에 있는 민간인출입통제선 검문소와 노동당사, 백마고지를 둘러본다. 마지막 날엔 임진각에서 정전 60주년 기념식과 해단식을 가진다. 박인규 경일고 교장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비무장지대를 횡단하며 꿈과 강인한 의지, 자기 존중감을 키우고 올바른 안보관을 형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일고의 자전거횡단 소식을 접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은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라는 점을 학생들이 되새기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통일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화천=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자전거 횡단#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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