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도가 ‘적군 묘지’서 노래하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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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군묘지평화포럼 2년 전 결성… 매달 두번째 주 토요일 참배
권철현 대표 “통일의 씨앗 될 것”

지난달 22일 경기 파주시 적군묘지에서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오른쪽)과 가수 설운도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들이 참배에 앞서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들고 묘지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제공
지난달 22일 경기 파주시 적군묘지에서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오른쪽)과 가수 설운도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들이 참배에 앞서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들고 묘지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제공
“일어나. 어서 고향으로 가자. 어머님이 널 기다리신다. 아들아 내 아들아,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지난달 22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 눌노리 금강사(寺)에서 애달픈 노랫가락이 흘러나오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인 가수 설운도 씨는 파주시 적군묘지에 안장돼 있는 북한군과 중국군을 추모하는 노래를 만들었고 이날 소프라노 성악가 임청화 백석대 교수와 함께 포럼 회원들 앞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는 회원들에게 “새벽 2시에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고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알 수 없는 영적인 힘에 이끌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이 노래를 작곡했다”고 소개했다.

설 씨가 이 포럼에 참여하게 된 것은 1983년 이산가족찾기 방송으로 유명해진 히트곡 ‘잃어버린 30년’ 때문이다. 포럼 회원들이 설 씨에게 “그 노래가 우리 민족의 한을 달랬다면 이제는 적군묘지에 묻혀 있는 이들의 한도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설 씨는 흔쾌히 포럼에 참여하게 됐다.

설 씨를 포함해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 50여 명은 2011년 가을 포럼 출범 이후 줄곧 ‘이토파’(매월 둘째 토요일에는 파주에 간다)를 실천하고 있다. 파주에 가는 이유는 적군묘지 참배를 위해서다. 두 번째 주 토요일뿐만 아니라 설날, 현충일, 6·25 등 기념일이 있을 때도 빠지지 않고 이 묘지를 찾는다. 권철현 북중군묘지평화포럼 대표(세종재단 이사장)는 포럼의 활동 목적에 대해 “영혼의 화해를 통해 통일의 꽃씨를 피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역사는 승자가 약자에게 진정으로 손을 내밀 때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우리의 눈이 과거와 현재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동족상잔의 전쟁과 교훈을 잊지 말되, 곧 다가올 통일시대를 내다보고 화해를 서둘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던 적군들의 묘지에 참배하는 것을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일부 보수단체에선 “이적행위를 그만두라”며 적군묘지에 찾아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권 대표는 “비록 전쟁 중에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전사자 예우를 하는 것이 진정한 무인(武人)의 도리”라며 “적군묘지 참배는 우리의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면서 적군묘지에 묻혀 있는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회원들은 “통일시대를 여는 의미 있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적군묘지 재단장을 주도했던 회원 서상욱 씨는 “박 대통령이 유해 송환을 얘기하기에 앞서 여기에 와 참배를 하고 영혼들을 달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들은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21일 임진강변에서 대대적인 추모제를 계획하고 있다. 권 대표는 “적군묘지는 중요한 역사교육의 현장”이라며 “이런 묘역이 두 번 다시 생기지 않도록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채널A 영상]박 대통령, ‘적군묘지’ 안장된 중국군 유해 송환 추진
#적군 묘지#북중군묘지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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