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만든 대학, 일자리도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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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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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 김학용 교수팀이 설립한 ‘나노포라’

전북대 유기소재파이버공학과 김학용 교수(가운데)가 30일 오후 나노소재연구실의 석·박사 연구원들과 나노섬유의 물질적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유기소재파이버공학과 김학용 교수(가운데)가 30일 오후 나노소재연구실의 석·박사 연구원들과 나노섬유의 물질적 특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김학용 유기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는 2010년 7월 고민에 빠졌다. 나노섬유의 생산 방식을 개선할 방법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연구진을 구성해 본격적인 방법 찾기에 나섰다.

궁리를 거듭하던 연구진은 대형마트 목욕용품 코너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샤워기였다. 5개월의 연구 끝에 연구진은 마침내 커다란 원통에서 머리카락 굵기 500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섬유 수백 가닥을 뽑아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0.02g 수준이었던 시간당 생산량을 2g까지 끌어올렸다. 나노섬유의 생산효율을 100배 이상 높인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다.

김 교수팀의 신기술은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나노섬유의 활용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노섬유로 만든 의류는 땀을 배출하는 기능 및 방수 기능이 탁월하다. 각종 필터와 리튬이온 전지, 수소 전지 등에도 활용된다.

‘신기술을 어떻게 할까?’ 김 교수는 잠시 고민했다. 특허까지 받은 신기술을 기업체에 넘겨주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교수와 전북대의 선택은 달랐다. 졸업생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체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

마침 코오롱의 계열사인 코오롱패션머티리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북대와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올 1월 ‘나노포라’라는 합작회사를 전북 전주시 전북테크노파크에 설립했다. 김 교수팀의 신기술이 원천인 회사다. 나노포라는 올해까지 시험생산을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노섬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코오롱 측은 2015년에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 설립 협의 때 김 교수는 “회사가 전북에 세워져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처음 생각한 것처럼 전북대가 만들어낸 기술로 세운 회사에 전북대 졸업생들이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석사과정 재학생으로 연구팀에 참여했던 남기택 씨(31)는 현재 나노포라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2013년에는 12명, 2015년에는 80명 이상의 전북대 졸업생이 취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이 기업에 학생들의 일자리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에 학생들이 들어가 일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 교수의 바람이 현실이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올해 산학연협력 우수사례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31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북대#나노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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