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9045m 상공서 자유낙하 ‘초음속 사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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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겁 없는 펠릭스’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씨(43)가 14일(현지 시간) 맨몸으로 음속 돌파에 성공한 최초의 인간이 됐다. 14일은 정확히 65년 전 미 공군 조종사 척 이거가 벨 X-1 로켓 비행기를 타고 인류 최초로 음속 돌파에 성공한 날이어서 더욱 뜻이 깊었다.

바움가르트너 씨의 도전은 오후 9시 30분 미국 뉴멕시코 주 로즈웰에서 시작됐다. 그는 55층 건물 높이(약 170m)나 되는 헬륨가스 기구에 연결된 캡슐을 타고 약 2시간 30분에 걸쳐 목표 고도인 3만9045m 높이의 성층권까지 도달했다. 이후 캡슐에서 우주낙하복을 입고 뛰어내린 그는 49초 만에 최대 낙하 속도인 시속 1342km(마하 1.24)에 도달했다. 소리의 속도인 마하 1(시속 1224km)보다 빠르고 포뮬러1(F1)경주용 자동차의 최고 속도인 350km의 3배가 넘는 속도다.

그는 총 9분의 낙하 시간 중 4분 20초 동안 자유낙하한 뒤 해발 15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폈다. 사막지대에 안전하게 착륙한 뒤 양팔을 들어 보인 후 오스트리아에서 온 부모님을 얼싸안았다.

바움가르트너 씨가 이번에 세운 신기록은 두 가지. 세계 최고 높이(지상 3만9045m)에서 자유낙하를 한 것과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한 것. 국제항공연맹(FAI)은 그의 기록을 공식 인증했다. 아쉽게도 1960년 미 공군 조종사였던 조지프 키팅어가 세운 최장 자유낙하 기록인 4분 36초는 깨지 못했다.

그는 이번 낙하를 5년간 준비했고 총 300여 명의 스태프와 70여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 등이 참여했다.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음료 회사인 레드불은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낙하는 첨단기술의 결정체인 낙하복과 캡슐이 있어 가능했다. 낙하복 외피는 불과 극도의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져 영하 67도까지 견딜 수 있다. 인간이 지상 18km 이상 올라갈 경우 기압이 낮아져 체액이 기화될 수 있어(체액 비등) 낙하복은 일정 기압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바움가르트너 씨가 낙하 성공 이후 “음속 돌파 순간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한 것도 이 낙하복 덕분이다.

타고 올라간 캡슐 안에는 낙하복 오작동 시 사용할 비상 생명유지시스템, 산소·질소 저장탱크, 무선통신기, 항법 장치 등이 구비돼 있다.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장치는 2시간 30여 분간 상승하는 동안 바움가르트너 씨가 냉각증에 걸리지 않게 만들었다.

과학자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의 성능을 연구하고 시험하려는 과학적 목표도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바움가르트너 씨의 도전이 우주인의 로켓 탈출 시스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하며 축하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성층권 낙하#펠릭스 바움가르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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